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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이선아가 천천히 걸어왔는데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정윤재는 내 친구야. 오늘도 내가 데리고 들어온 거고.” 그녀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 “왜? 지금 그럼 내 얼굴에 침 뱉겠다는 거야?” 전혀 예상 못 한 전개인 듯 진해수는 미간을 움찔했다. “네가 데리고 들어왔다고? 그래서 이 자식이 이렇게 간이 부었네.” 그는 나를 한 번 훑어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정윤재, 설마 이선아한테 빌붙어서 나한테 프로젝트 달라고 하려는 거냐?” “역시나. 네가 한심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물렁할 줄은 몰랐네.” 진해수는 영악했다. 그 말은 사실, 그냥 이선아 입 막으려고 한 소리일 뿐이었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선아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 난 그냥 이 사람 데리고 들어온 것뿐이야. 협력 얘기는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설마 내 체면 안 세워주진 않겠지?” 진해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하, 그럼. 선아 네 체면은 챙겨줘야지.” 말로는 인정했지만 곧바로 날카롭게 덧붙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이미 결정 났어. 임씨 가문에 주기로 한 거니 누가 뭐래도 바뀌지 않아.” 그때, 임태경이 다가왔다. “윤재야, 와줘서 고맙구나.” 초대장도 보내지 않았으며 지금은 웃으며 인사하다니 역시 노련한 장사꾼이었다. 나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 “임 회장님, 이런 말 드리기 뭐하지만 혹시 제가 오늘 회장님 기분 상하게 하면,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우 앞에선 나도 여우가 되는 수밖에. 겉으론 신경 안 쓰는 척해도 임태경이 내 퇴사를 절대 그냥 넘긴 건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나오진 않았겠지. “정윤재, 너 지금 뭐라고...” 임가을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려 하자 임태경이 단호하게 끊었다. “가을아, 여긴 무슨 장터가 아니다. 입 좀 조심해. 아무 데서나 욕부터 튀어나오는 버릇 고쳐.”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윤재야, 내가 왜 널 미워하겠니?” “그리고 오늘 같은 자리에선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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