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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다윤은 말 한마디 꺼낼 틈도 없이 벽에 내리눌렸다. 몸을 비틀며 벗어나려 했지만 유하진의 거친 손이 두 팔을 머리 위로 붙잡아 올렸다. 귓가에는 위험하면서도 낮게 울리는 자극적인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강다윤, 남자가 그렇게 고파?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대놓고 날 유혹해?” 그는 이렇듯 비웃으며 손을 들어 능숙하게 그녀의 셔츠 밑으로 파고들었다. 손끝이 아래로 미끄러지다가 문득 생리대에 스쳤다. 유하진의 몸이 순간 굳어지더니 입에서 거친 욕이 튀어나왔다. “씨X, 이걸 깜빡했네.” 그는 강다윤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어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룸에 앉아 있던 한 여자를 향해 손짓해 불렀다. 여자는 수줍은 표정으로 바로 달려 나왔다. 두 사람이 같은 룸으로 들어가는 순간 강다윤의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때 문이 다시 열리고 유하진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사이즈에 맞는 옷 하나 사 와. 얘 옷은 내가 찢어버렸거든.” 문이 또 닫히고 안에서는 낯 뜨겁게 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주변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강다윤을 노골적인 시선으로 훑어보았다. 누군가 다가가려다가 옆 사람에게 제지당했다. “하진이가 세운 규칙 잊었어? 하진이가 건드린 여자는 직접 버렸다고 말하기 전까지 아무도 손 못 대잖아.” 강다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이미 각오한 일이었고 유하진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말을 직접 듣는 건 여전히 견디기 힘들었다. 이때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 너머로 이정미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다윤, 약속한 석 달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벌써 네 아버지를 부추겨 사직서를 내게 해? 우리가 널 홀대할까 봐 그러는 거니? 분명히 말하지만, 하진이가 널 놓아주겠다고 하기 전까지 넌 죽더라도 우리 집에서 죽어야 해!” “만에 하나 우리 하진이 기분 상하게 만들면 당장 네 아버지를 사우스공으로 보내버릴 거야. 네 아버지 심장병 있었지? 과연 그 먼 곳에서 석 달 버틸 수 있을까?” 이정미는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때 온화하기만 했던 모자의 가면은 순식간에 완전히 벗겨졌다. 강다윤은 조용히 몸을 돌려 의류 매장 쪽으로 걸었다. 옷을 사 들고 돌아오자 유하진은 문가에 느긋하게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는 보자마자 쇼핑백을 빼앗아 룸 안의 여자에게 던졌다.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여자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사이즈가 정말 딱 맞아요!” 유하진은 시뿌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너희 둘은 몸매가 비슷하거든. 난 너희 둘 같은 몸매가 취향이고 아주 잘 알아.” 유하진은 아무렇지 않게 이 말을 내뱉었다. 옆에 서 있는 강다윤의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강다윤이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말이다. 색기를 흘리는 여자가 룸에서 나오더니 강다윤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강다윤 씨는 복도 많네요. 혼자 유하진 도련님 독차지하고 있었잖아요. 호호.” 말을 마친 그녀는 허리를 유연하게 흔들며 자리로 돌아갔고 사람들은 야유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이 좋아진 유하진은 담배를 밟아 끄며 손가락을 까딱여 그녀를 불렀다. “가자.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네 체면 세워줄게. 집에 가자.” 강다윤은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겼다. 비에 젖고 생리통으로 지친 몸은 이미 휘청거렸던지라 갑자기 어깨에 닿은 무게에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 귓가에는 뜨거운 숨결이 스쳤다. “어깨 좀 빌려줬다고 벌써 힘들어? 침대 위에서는 이 정도로 약하진 않았잖아.” 강다윤은 혀끝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에 퍼지며 정신이 조금 들어 비틀거리는 유하진을 부축해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가 애써 태연한 척하자 유하진은 장난기 어린 눈빛을 띠며 몸 전체를 그녀에게 맡겼다. 강다윤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발이 꼬여 그대로 옆 사람에게 부딪쳤다. 방심하고 있던 유하진도 함께 넘어졌고 지나가던 바텐더까지 부딪혀 쟁반의 술이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 유하진은 눈을 가늘게 끄며 욕설을 내뱉었다. ‘씨X, 눈은 장식이야? 똑바로 안 뜨고 다녀? 감히 나랑 부딪혀?” 그가 눈을 제대로 뜨자 자신과 부딪힌 남자의 얼굴이 보였고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어 일어나자마자 남자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내질렀다. 그제야 강다윤도 자신과 부딪힌 남자를 알아보게 되었다. 맞고 있는 사람은 예전에 유하진의 친구였다. 그들은 함께 레이싱을 하다가 사고가 났고 그 친구는 멀쩡했지만 유하진은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결국 실명하게 되었다. 그 남자는 유하진의 성격을 잘 알기에 감히 사과하러 오지도 못했다. 최근에 유하진의 시력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도망치려던 중에 하필 이곳에서 유하진과 마주친 것이다. 유하진은 한참 두들겨 팼고 친구들이 나와 말려서야 겨우 멈췄다. 그는 구석에 조용히 서 있는 강다윤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넌 네 남자가 주먹질하고 있는데 가만히 서 있냐? 아니면 설마 내가 맞아 죽길 기다리는 거야? 그래야 다른 남자 찾을 수 있으니까?” 강다윤은 입꼬리를 바르르 떨며 고개를 돌렸다. 맞아 쓰러진 남자의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시선을 거두려는 순간 그 남자가 손을 더듬어 술병을 집어 드는 게 보였다. 그녀가 피하려 몸을 돌리는 순간 발이 미끄러지며 유하진의 등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유하진 대신 술병의 강한 충격을 받았다. 술병은 그녀의 뒤통수를 정확히 강타했던지라 강다윤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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