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최지영의 목소리는 천진한 듯하면서도 잔혹했다. 그녀의 본심이 고스란히 담긴 파일에 이도원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파일을 닫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최지영의 음성이 반복 재생되는 것을 듣고 또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뒤늦게 정신을 수습한 이도원은 서둘러 파일을 닫았다.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고 손끝은 배신감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파일 속의 최지영은 그가 알던 그 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천진하고, 착하고, 남에게 상처 한 번 주지 못하던 아이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아니야, 이건 분명 한세희가 꾸며낸 짓이겠지. 나와 지영이를 이간질하기 위해 음성을 조작한 게 분명해.’
이도원은 애써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거칠게 요동치는 심장과 식은땀으로 미끄러지는 손바닥은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이미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을 숨기지 못했다.
최지영에 대한 그의 믿음은 서서히, 그러나 명확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그 음성 파일은 밤새도록 이도원을 괴롭혔다.
어린 시절 거의 납치될 뻔했던 그날의 그림자들이 악몽처럼 뒤섞여 되살아났다.
그날 그를 구해준 작은 소녀는 꿈속에서 얼굴이 조금씩 뒤틀리더니 마지막에는 한세희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
이도원은 비명을 삼킨 듯 숨을 헐떡이며 눈을 떴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혹시나 한세희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을까 싶어서.
“...”
그러나 채팅창은 고요했다. 그 침묵은 이유 없이 그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한세희가 이렇게 오래 그를 방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에게 모든 걸 맞춰주었고, 그의 요구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들어주었다.
이도원은 눈을 감고 미간을 꾹 눌렀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고 화면을 확인했다.
“하...”
하지만 화면에 뜬 이름은 한세희가 아닌 최지영이었다.
알 수 없는 실망이 순간 그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조차도 자각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도원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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