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이도원은 최지영의 말에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충격에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자리에 굳은 그는 주변에서 나는 소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최지영이 내뱉은 문장만이 반복해서 울리고 있었다.
최지영은 그를 구한 적이 없었다. 고로, 이도원을 구한 사람은 한세희라는 소리였다.
‘어떻게... 어떻게 그 이름이 나올 수 있지? 왜? 대체 어떻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도원은 평생 가슴에 새겨온 은혜를 엉뚱한 사람에게 갚아 왔다는 뜻이고 사랑도 엉뚱한 사람에게 주었다는 뜻이며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계속해서 상처 주고, 짓밟고, 마침내는 지옥 같은 남자의 손에 다시 밀어 넣었다는 뜻이었다.
“...”
이도원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입술까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쫓기듯 한씨 가문 밖으로 나온 그는 비척거리며 걸음을 옮겼고 오랜 시간을 들여 사 온 케이크는 그의 발치에 형체도 없이 흩어져 있었다.
마치 그가 잘못 건네온 사랑이 사람들의 발길 사이에서 무참히 짓밟혀 흩어진 것처럼.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이도원은 도로 위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그에게서 미세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늘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처음 본 내게 손을 내밀어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게 악의를 품지 않았던 그 아이... 한세희를.’
그녀의 눈물, 흔들리던 숨, 절박함에 떨리던 목소리...
‘난 왜 그 모든 걸 외면했을까. 이제라도 세희를 찾아야 해. 세희에게 사과해야 해... 그럼 세희도 나를 용서해 줄 거야, 수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도원은 그러면 한세희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녀에게 자신의 진짜 정체를 털어놓고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한세희를 데리고 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과정이 조금 매끄럽지 못할지라도 결국에는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도원은 한세희가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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