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백도원의 말은 최지영의 눈동자를 크게 흔들었다. 핏기마저 사라진 창백한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불신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애써 지탱하던 단정한 태도는 충격 앞에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최지영의 입에서 터져 나온 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뭐?! 거짓말!!! 그게 어떻게 한세희야!!!”
백도원은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그녀를 꿰뚫어 보았다. 미세하게 비틀린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
“안 될 이유는 없지 않나?”
그의 목소리는 뼈를 깎는 듯 날카로웠다.
“아니면, 늘 입버릇처럼 언니를 아낀다던 최지영 너는 사실 한세희가 잘되는 꼴을 보기 싫었던 건가 보지.”
최지영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손가락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손바닥 살갗에 피가 맺힐 지경이었다.
“농담이 지나치네, 도원 오빠. 언니가 잘 지내면 나야 좋지. 다만...”
최지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마 위로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
백도원은 더 볼 필요도 없다는 듯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한병철에게 눈길을 던졌다.
“한 대표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병철은 동요하며 눈을 굴렸다. 더 이상 숨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도련님, 제 딸아이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그게... 사실... 세희는 이미 약혼했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한병철이 말을 이었다.
“며칠 전, 세희의 약혼자가 그 아이를 데려갔어요...”
백도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약혼? 세희가? 다른 남자와? 내가 어떻게 그 소식을 모를 수 있지?’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한병철의 어깨를 거칠게 움켜잡았다.
“말 똑바로 하세요. 데려갔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분노와 당혹감이 뒤섞인 백도원의 목소리는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대체 언제요! 왜 난 몰랐던 겁니까!!!”
한병철은 딸과 비슷한 나이의 백도원에게 멱살까지 잡힐 지경이었지만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비굴하게 대답했다.
“아마... 작은아이 생일이었을... 겁니다...”
‘생일.’
그 단어가 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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