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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퍼져 나갔다. 잔이 부딪치던 경쾌한 소리, 음악, 웃음... 모든 것이 멎어버린 공간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백도원이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최지영의 말에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럴 리가.” 그러나 최지영은 오히려 백도원의 부정을 기다린 듯,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가에 진주 같은 눈물을 매단 채 떨리는 손으로 아랫배를 감쌌다. 누그러진 어깨와 가녀린 흐느낌... 그녀는 백도원의 반응에 실망한 듯 축 처진 눈꼬리로 입안에서 말을 굴렸다. “나, 나도 말할 생각은 없었어... 어차피 오빠랑은 인연도 없을 테니까... 그냥 나 혼자만의 추억으로 묻어두려고 했는데...” 최지영의 숨이 미세하게 갈라졌다. 그녀는 ‘함께 밤을 보낸 아이 아빠에게 버림받은 가녀린 여자’ 에 빙의한 듯한 연기 실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빠가 백씨 가문의 아들이라면 적어도 이 아이에게 태어날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삼켰다. 최지영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동자에 맺힌 눈물과 조명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자기가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기억 안 나? 그때 도원 오빠가 술에 취했을 때 내가 밤새 간호해 줬잖아... 그러다 오빠가... 술김에, 나한테...” 최지영은 말을 끝맺지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앞의 몇 마디로 모두가 그다음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 “...” 단단하던 백도원의 표정에도 균열이 일었다. 그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남을 위해 한세희를 등졌다는 죄책감과 분노에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밤. 술잔에 몇 번이고 독한 위스키가 채워졌던 그 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최지영이 백도원의 곁에 누워 있었다. “...” 그 기억의 공백이, 지금 이 순간 잔혹할 정도로 선명하게 백도원의 의식을 찢고 들어왔다. 백도원이 침묵하는 사이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최미희는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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