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백도원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럴 리 없어! 한세희가... 세희가 어떻게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
그의 절규가 허공을 갈랐지만 그녀의 왼손에 끼워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만큼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한세희는 시간 낭비라는 얼굴로 짧게 말했다.
“조금 피곤하네요, 이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리고는 지체 없이 하도현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들었죠, 백도원 씨? 저는 이제 세희 씨랑 집에 가봐야겠네요.”
하도현은 한세희에게 끌려가면서 일부러 고개를 돌려 백도원을 향해 자랑했다.
그는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리는 백도원의 얼굴을 보며 즐겁다는 듯 웃음까지 터뜨렸다.
한세희도 그 모습에 도저히 참기 힘들다는 듯 눈을 굴렸다.
그리고 문득 하도현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심하게 다쳐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낯선 방 침대에 누워 있었고 하도현은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의 노골적인 시선을 느낀 그는 조용히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잘생긴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그 모습은 잠시 한세희의 정신을 멍하게 만들 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는 깨어난 한세희에게 차분히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하도현의 어머니가 출산 직전 한세희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 인연 때문에 집안끼리 터무니없는 ‘정략혼’ 까지 정했다는 이야기였다.
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는 묵묵히 한세희에게 위장약을 건네주었다.
손길은 조심스럽고, 태도는 공손했으며... 첫인상만큼은 꽤 괜찮았다.
누가 알았을까.
하도현은 사실 장난을 좋아하고, 말끝마다 얄궂은 농담을 섞어대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 어느 순간 그는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의 곁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세희는 자신의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치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남자를 보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
최지영과 백도원의 약혼식은 결국 난장판이 됐다.
폭로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휩쓸었고, 최지영은 단숨에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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