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너 누구야.”
잔뜩 쉬어 있는 한세희의 목소리에서 날 선 경계가 묻어났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가 낮게 웃었다.
“이런 방식으로 연락하게 돼서 미안합니다. 내 이름은 하도현, 한세희 씨의 약혼자예요.”
‘약혼자?’
한세희는 약혼자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전화로 이런 얘기를 하는 목적이 의심쩍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예의를 차리는 것조차 잊고 하도현에게 날을 세웠다.
“왜 날 도와주려는 건데.”
“간단합니다. 당신은 앞으로 제 아내가 될 사람이고, 당신을 적으로 돌린다는 건 하림그룹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거니까요.”
“...”
분명 듣기 좋은 말이었지만 한세희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도원 이후로, 그녀는 누구에게도 진심을 내어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한세희는 하도현과 통화를 마치고 난 뒤에도 넋이 나간 채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자리를 뜨려던 순간, 뒤에서 최지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잠깐! 언니 기다려!!”
최지영은 헉헉대며 한세희의 옆에 멈춰 섰고 그 뒤를 이도원이 한발 늦게 따라오고 있었다.
“언니, 오늘 일... 엄마 대신 내가 사과할게. 정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최지영의 억울한 표정 연기는 십 년째 똑같았다.
‘... 어떻게 질리지도 않고 저 연기를 계속하는 걸까.’
가끔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한세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최지영은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내일 내 생일인 거 알지? 파티에 올 거야? 아, 맞다. 엄마가 아까 한 말은 장난이었다고 전해달래. 며칠 전에 가정부 아줌마가 집 청소하면서 언니 엄마 유골... 다른 데로 옮겼다고...”
최지영의 말에는 노골적인 협박이 담겨 있었다. 네 엄마의 유골함이 내게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한세희는 눈앞의 여자를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최지영 때문에 내 삶을 망가뜨리는 건 가치 없는 일이니까.’
“알았어.”
최지영은 원하는 대답을 얻자마자 돌아섰지만 이도원은 여전히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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