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화

나는 그 길로 회사를 나섰지만 노우진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묘지였다. 혼란스러울 때마다 나는 늘 엄마의 묘 앞에 왔다. 엄마에게 말하듯 혼잣말을 하듯 그렇게 마음을 풀었다. 나와 노씨 가문의 혼약은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직접 정해둔 것이었다. “유리야, 사랑을 믿지 마. 나처럼 바보같이 살지 마. 남자는 다 똑같아. 그들은 네 인생의 도움은 될 수 있어도 짐이 되어서는 안 돼.” 그건 엄마가 피로 새긴 교훈이었다. 엄마는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에 기대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빠에게 시집갔다. 하지만 아빠는 돈을 벌고 나자마자 다른 여자를 들였다. 그 여자에게서 태어난 사생아, 신서빈은 나보다 겨우 두 살 어렸다. 내가 중학생이던 해, 불륜녀와 사생아는 우리 집에 들이닥쳤다.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그 여자를 공식적인 아내로 들이라고 난리였다. 엄마는 평생 자존심으로 살아온 사람이었기에 그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외할아버지께 무릎을 꿇고 노씨 가문과의 혼약을 부탁했다. 그리고 그날 밤 마지막 부탁이라는 말만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아빠는 졸부에 불과했다. 우리 신씨 가문은 원래 명문가였고 노씨 가문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외할아버지와 노씨 가문은 오래된 인연으로 얽혀 있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노씨 가문은 나를 거두어 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노우진과 한 학교를 다녔고 우리는 늘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우리가 성인이 되자 노우진은 점점 재벌 2세 특유의 나태함을 닮아갔다. 클럽에 드나들고 술에 취해 밤을 낭비하며 방탕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런 그를 탓하지 않았다. 엄마의 유언이 내 귓가를 늘 울리고 있었으니까. “남자는 다 똑같아.” 그래서 나는 감정에 기대지 않았다. 나는 노씨 가문의 사업, 노씨 가문의 인맥, 그리고 노씨 가문이 나에게 줄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노우진이 밖에서 어떤 여자와 어울리는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여자가 신서빈이라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내가 노씨 가문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의 사정을 들은 어린 노우진은 나보다 더 분노했다. 그는 내 눈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약속했었다. “나중에 그 여자랑 그 딸을 만나면 꼭 너 대신 복수해 줄게.” 그렇게 세월이 흘러 노우진은 정말 신서빈을 다시 만났다. 그날 이후, 그는 예전의 분노를 모두 잊은 듯 그녀와 부드럽고 더럽게 얽혀들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