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취해가고 있었다.
차도겸은 자신이 점점 더 취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때, 조용했던 방 안에 갑작스레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요함 속에 심장 소리만 들리던 그 순간 불쑥 들려온 초인종 소리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깨달은 순간 차도겸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윤라희와의 거리를 확 벌렸다.
소파 위,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이 잠들어 있는 윤라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계속해서 울리는 초인종에 차도겸은 허둥지둥 문 앞으로 향했다. 문을 연 그는 배달 기사에게서 윤라희가 주문했던 헛개차를 건네받았다.
차도겸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헛개차 따위 없어도 자신은 아주 맑고 또렷하게 깨어 있다고.
하지만 그는 조용히 헛개차를 받아 들고 문을 닫은 뒤, 다시 윤라희가 있는 방 안으로 돌아갔다. 소파 앞에 멈춰 선 그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의 입술이 스쳤던 더 붉어진 그녀의 입술 위로 시선이 머물렀다.
그 순간 차도겸은 태어나 처음으로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호텔 밖으로 나와 찬바람을 맞자 복잡하게 얽혔던 생각들이 조금씩 풀렸다. 그러나 차도겸은 곧 다시 발길을 돌렸다.
윤라희의 방으로 돌아온 차도겸은 소파에 기대 잠들어 있는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 그녀의 몸은 굴곡이 뚜렷했고 아직 샤워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걸 깨달은 순간 그는 자신의 생각에 깜짝 놀라 다시 얼굴빛을 바꿨다.
재빨리 이불을 덮어준 뒤, 그는 또다시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다음 날 아침, 윤라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방 안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막 잠에서 깬 그녀는 잠시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어젯밤, 소파에서 잠들었던 기억은 있는데, 누가 침대로 옮긴 걸까?
‘차도겸이었나?’
순간, 그녀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정신이 번쩍 든 윤라희는 급히 자신의 옷차림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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