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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진서라, 너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내가 그때 10억 주고 국악단 자리까지 알아봐 줬잖아. 뭘 더 바라는 건데?” 주아윤의 눈빛이 매섭게 날카로워졌다. 당시 윤라희의 댄서팀 멤버들은 죄다 약점 하나씩은 잡혀 있었기에 돈으로 입막음했지만 진서라만은 갓 졸업한 풋풋한 신입이라 별다른 약점도 없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10억 원을 줬다. 당시만 해도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애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서라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입막음 돈을 받아놓고선,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윤라희의 물뱀춤 건을 다시 들먹이며 일자리 하나만 소개해달라고 연락해 왔다. 그때는 딱 한 번만 부탁한다고 말했으면서 지금 또다시 연락한 것이다. 진서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국악단에서 심부름만 하는 게 뭐가 미래예요. 제 재능에는 너무 안 어울리잖아요. 아니, 우리 다 라희 언니 백댄서팀 출신인데, 언니 혼자만 그렇게 성공하고 우리는 안 챙기면 좀 섭섭하죠.” 주아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건 완전히 협박 아닌가. 돈 달라고 노골적으로 말만 안 했지, 하는 짓은 딱 그 꼴이었다. “진서라, 선 넘지 마.” “어머, 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냥 참가자 명단에만 넣어달라는 거잖아요. 예선 통과하든 말든 그건 제 실력이죠. 언니한테 폐 끼치는 거 하나도 없어요.” 주아윤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결국 참았다. “그래, 출연은 시켜줄게. 대신 이걸로 끝이야. 다시는 나 찾지 마.” ‘또 덤비면 가만 안 둘 거야.’ “네, 감사합니다. 언니.” “고맙단 말 필요 없어. 대신 입은 꾹 다물고 살아.” 주아윤은 날 선 말투로 끊어내듯 말했다. “아이, 언니 왜 또 그렇게 말씀하세요. 저 언니 편인 거 아시잖아요. 그날 국악단 본부에서도 제가 윤라희한테 뭐라 했는지 기억 안 나세요? 완전 언니 편들었잖아요.” 주아윤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전화를 뚝 끊었다.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신호음을 듣던 진서라는 무표정하게 어깨를 으쓱하더니, 곧이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요즘 윤라희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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