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다과 담당 막내 스태프가 물 한 잔을 서경민의 앞에 내려놓았다.
윤라희가 한 번 힐끗 보더니 막내에게 말했다.
“빈 컵 하나 가져와 줘요.”
말을 마치고 자기 보온병을 집어 뚜껑을 열었다. 막내가 내민 일회용 컵을 받아 그 안에 따뜻한 차를 가득 따라 주었다. 그리고 그 컵을 서경민 앞으로 내밀었다.
“드세요. 위벽 보호하는 데 좋은 차예요.”
서경민은 컵을 받았지만 마시지 않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윤라희는 눈을 굴렸다.
“다들 보고 있는데, 제가 독이라도 타겠어요?”
말하며 뚜껑에 조금 따라 먼저 한 모금 삼켰다. 뚜껑을 아래로 기울여 내가 먼저 마셨다, 독 따위 없다는 신호였다.
서경민의 볼이 아주 살짝 붉어졌다. 그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어차피 약속을 먼저 어긴 쪽은 자기였고, 그녀가 원한을 품었을까 봐 괜히 겁이 난 것이다.
그 소심함이 윤라희의 말 한마디에 들킨 것 같아 조금 민망했다.
그는 컵을 들어 입술에 댄 뒤 아주 조금 마셨다. 그 순간 동공이 번쩍 흔들렸다. 그는 얼굴빛이 와락 변하더니 날 선 눈길로 윤라희를 훑었다.
“이 차, 뭐야!”
“위 보호하는 데 좋은 차라니까요. 왜요.”
‘놀랄 일이 뭐라고, 독을 탄 것도 아닌데.’
“너, 이런 차를 어떻게 우린 거야!”
윤라희는 어리둥절했다. 서경민의 반응이 영 낯설었다.
이 차에 대체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조감독이 바깥에서 고개를 들이밀었다.
“윤라희 씨, 장 감독님이 찾습니다.”
“네, 갈게요.”
막 메이크업을 끝낸 윤라희는 바깥을 향해 대답한 뒤, 보온병을 제자리에 놓고 몸을 돌려 서경민을 보았다.
“저 촬영 들어가요. 이제 수영 언니 데려가도 돼요.”
그 말만 남기고 몸을 돌아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잠깐.”
서경민은 뒤를 쫓아가려 했다.
‘젠장할 여자, 내가 묻고 있는데 그냥 가 버려?’
그러나 두 걸음도 못 가서 위가 확 움켜잡히듯 쥐어짜였다.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자, 그는 멈춰 서서 급히 손에 든 차를 들이켰다.
따끈한 기운이 위장으로 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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