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이주성의 마음속에서 차도겸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대단해졌다. ‘대표님, 진짜 너무 일에 미치셨다! 보름 내내 풀가동으로 돌아 정신이 흐릿할 지경인데도, 스스로 휴가 한 번 안 주시다니! 이렇게 일에 미친 대표이사가 있으니, 차씨 가문이 재벌가가 된 것도, 차성 그룹이 전국 경제의 동맥을 쥔 것도 이상할 게 없어!’ 차도겸에 대한 맹목적 숭배가 물처럼 줄줄 넘치는 과몰입 모드를 켜 둔 채, 그는 손가락에 침을 살짝 묻혀 자료를 넘기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원래 다음 달 해성시 정부와 협상할 연해 개발안을 그쪽에서 먼저 상의하자고 합니다. 직접 다녀오시겠습니까?” 애초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에야 논의할 안건이었지만, 어제 해성시 정부가 연락해 차도겸이 일찍 와서 협의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가능한 한 빨리 안을 확정하고 싶다고 했다. 해성시는 바다를 끼고 경치가 아주 아름다운 국내 유명 관광 도시다. 마음 비우고 쉬기에도 제격이다. 차도겸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성시 개발안은 큰 사업이라 확실히 한 번 다녀올 필요가 있었다. 겸사겸사 도원시를 잠시 떠나 머리를 비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윤라희에 대한 마음도, 제대로 정리해야 했다. 지금 그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도원시 곳곳에는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고, 심지어 이 사무실에도 그녀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를 한 번 보고 싶었다. 차를 몰아 그녀의 아파트 아래까지 갔지만 끝내 올라가지는 못했다. 그는 그렇게 차 문에 기대 가로등 아래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 날, 차도겸은 해성시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바로 그가 이륙하던 시각, 하유선이 SNS를 업데이트했다. 해성시로 잡지 표지 촬영을 간다고 말이다. 누군가 그녀와 차도겸이 같은 편 비행기라는 사실을 캐냈고, 둘이 일 핑계로 데이트 하러 간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실검을 뚫었다. [아아아아아, 이거 열애 확정 각인가요! 같은 편 비행기라니!] [원래 이미 공식 커플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