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화
유지성은 최진우의 망상 따위를 전혀 알 리 없었다. 만약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면 살인사건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촬영은 열 시에 끝났지만 윤라희가 하루 일정을 다 마쳤을 때는 이미 열 시 반을 훌쩍 넘긴 뒤였다.
서둘러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까지 지워보니 시간은 이미 밤 열한 시가 되어 있었다.
“미안, 미안. 내가 조금 늦었지? 오래 기다렸겠다.”
윤라희는 가방을 움켜쥐고 유지성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늦게 와도 된다니까. 벌써 세 시간이나 기다렸잖아.”
유지성은 미소를 지으며 윤라희의 가방을 받아주려 손을 내밀었다.
“안 힘들어. 옆에서 누나 촬영하는 거 봤었는데 꽤 재밌더라. 가방 이리 줘, 내가 들어줄게.”
“됐어, 괜찮아.”
윤라희는 몸을 살짝 뒤로 비키며 유지성의 손길을 피했다.
“내가 알아서 들면 돼.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
유지성은 잠시 멈칫했지만 굳이 더 말을 잇지는 않았다.
“가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같이 야식 먹으러 가자.”
“난 아무거나 다 괜찮아. 요 앞에 먹자골목 있는데, 거기 가서 먹어도 돼.”
“그래. 그럼 먹자골목으로 가자.”
두 사람은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먹자골목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걸어서 몇 분이면 도착할 만한 건너편 두 블록 거리라 굳이 차를 타고 가지는 않았다.
촬영장을 나오자마자 바로 도로가 펼쳐졌다.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불을 기다리는 동안, 윤라희가 촬영장에서 있었던 자잘한 비하인드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유지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눈길을 옆으로 돌리자 멀리 있는 가로수 아래에 세워져 있는 리무진이 보였다. 그 옆에는 큰 키에 차분하면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서 있었다.
유지성의 동공이 정처없이 흔들리더니 재빨리 옆에 서 있던 윤라희를 바라보았다. 마침,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방 안을 뒤적이며 뭔가를 찾고 있었던 탓에 가로수 밑에 서 있던 남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유지성은 은근히 몸을 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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