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어둠 속에서 차도겸의 두 주먹에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 윤라희와 유지성의 모습이 코너를 돌아 사라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선을 거두었다.
차 문을 열고 올라타는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꼐 문이 닫혔다. 막 차에서 내려 그에게 문을 열어주려던 비서 이주성은 갑자기 들려오는 소음에 몸을 흠칫 떨었다.
‘뭐, 뭐야... 얼마나 화가 난 거야. 문짝 날아가는 줄 알았네.’
“차 출발시켜.”
차도겸의 목소리가 뒷좌석에서 들려왔다. 겉보기엔 표정도 무덤덤했고 말투 역시 평온했다. 하지만 이주성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화산의 포효라도 들어버린 듯 숨이 턱 막혔다.
식은땀이 등골을 따라 주르르 흘러내렸고, 감히 숨소리 하나 크게 내지 못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차에 시동을 걸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작작 좀 하지, 작작! 아직도 미련이 뻔히 남아 있으면서 왜 이혼을 한 거야?’
‘결국엔 이 꼴이잖아.’
열 몇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도원시에 도착하자마자 차도겸은 집이나 회사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윤라희가 있는 촬영장으로 와 꼬박 네 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보였던 것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윤라희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말투며 행동을 포함한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 설마 우리 대표님, 다시 지옥 모드로 들어가는 거 아니야?’
이주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차도겸 몰래 마음 속으로 향 하나를 피워 조용히 위로를 건네고는, 다시 묵묵히 운전에 집중했다.
차도겸은 뒷좌석에서 창밖을 가만히 응시했다. 눈은 이미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스쳐 지나가는 화려한 불빛들은 작은 파편이 되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네온사인도 어둡게 가라앉은 차도겸의 얼굴을 밝혀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빛을 받은 그림자는 더욱 짙은 어둠만을 내뿜었다.
차도겸의 머릿속에서는 윤라희와 유지성이 손을 맞잡고 함께 횡단보도를 걷는 장면만 무한반복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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