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3화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굴욕적인 적은 없었다.
오늘 윤라희에게 따져보겠다며 온 것 자체가 실수였다.
게다가 머리 위에 덮인 게 그녀의 옷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차도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음산한 기색을 뿜으며 그것을 거칠게 잡아당겼고 당장이라도 윤라희를 찢어버릴 기세로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에 잡힌 건 바로 속옷이었다.
찢어버릴까, 말까. 그는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한편, 그런 황당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윤라희는 그를 옷장에 밀어 넣은 후 약간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그리고 문 쪽을 향해 말하며 다가갔다.
“잠시만요!”
문을 열자 그 앞에는 정수혁이 느긋하게 문틀에 기대선 채 한 손에 음료수를 들고 있었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 열어요? 설마 안에 남자라도 숨겨놓은 거예요?”
윤라희는 순간 움찔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차도겸은 옷장 안에 꽁꽁 숨어 있고 그것도 잠금장치까지 해둔 상태라 나올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소리가 나면 쥐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얼굴을 굳히고 차분히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정수혁은 들고 있던 밀크티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갔다 오는 길에 밀크티 사 마셨는데 라희 씨 것도 하나 챙겼어요.”
그 시각 옷장 안, 속옷을 손에 든 채 고민에 빠졌던 차도겸은 문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 목소리에 얼굴이 급속히 굳어졌다.
‘한밤중에 남자가 방에 찾아오다니. 윤라희, 너 진짜 대단하다? 유지성도 모자라 또 다른 놈까지? 이혼하고 나서 아주 잘나가는 모양이지? 남자들이 아주 줄을 서네? 심지어 이 밤중에 밀크티까지 대접한다고?’
이 늦은 시각에 단둘이 밀크티라니, 대사 맞추겠다고 부르는 것보단 조금 낫긴 한데 그래도 뻔한 핑계일 뿐이었다.
차도겸의 얼굴은 순식간에 먹구름처럼 어두워졌고 손에 들린 속옷은 그의 분노를 그대로 받은 채 구겨졌다.
그녀가 그 밀크티를 한 입이라도 마시는 순간 옷장을 박살 낼 생각이었다.
“저 밀크티 안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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