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화
차라리 그가 정말 다른 사람과 약혼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래야 윤라희에게 품은 이 복잡한 감정도, 미련도, 집착도 모두 털어낼 수 있을 테고 그렇게 괴로워하지도 그녀를 향한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미쳐버릴 일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정작 차도겸이 그런 사실을 부정하고 나서자 윤라희는 오히려 반감이 들었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차도겸과 하유선의 약혼 소식은 이미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됐고 모두가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굳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그들은 이미 남남이다. 설령 그가 약혼을 하든 말든 그녀가 간섭할 권리는 없다.
그런데 왜 굳이 부정하는 거란 말인가.
“너 하...”
똑똑똑.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윤라희는 깜짝 놀라 말을 멈췄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별다른 생각도 없이 반사적으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차도겸을 일으켜 양손으로 그를 밀어 화장실 쪽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빨리 숨어! 얼른!”
화를 꾹 참고 밀려가는 차도겸. 아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람피우다 걸린 남자처럼 보이는 대기업 총수, 그의 얼굴에는 어이없음이 가득했다.
“윤라희, 지금 나더러 화장실에 숨으라고?”
그는 전국 주요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재계 인사다. 그런 자신이 그것도 몰래 숨어야 하는 상황이라니,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윤라희는 다급한 얼굴로 화장실 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어디로 숨을 건데? 침대 밑? 말도 안 돼. 거긴 너무 낮아서 못 들어가! 빨리 들어가, 제발!”
“윤라희!”
차도겸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화장실만은 절대 안 된다.
소문이라도 나면 차도겸 인생 커리어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절대 화장실은 안 된다는 신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속마음 따위는 지금 윤라희의 급박함 앞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차도겸이 화장실을 거부하자 윤라희는 방 안을 휙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옷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다짜고짜 그의 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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