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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서경민은 집무실 책상 뒤 가죽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하얀 슬랙스에 싸인 두 다리가 책상 위로 길게 뻗어 있었고, 반짝이는 로퍼는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포개 가볍게 흔들며, 그는 건들건들한 표정으로 사무실 한가운데 서 있는 윤라희를 내려다봤다. 눈빛에는 짙은 흥미와 호기심이 어렸다. 한 달 내내 윤라희가 거의 전 플랫폼 검색어를 휩쓸며 떠들썩했다. 모두가 조서영에게 짓밟혀 영영 끝장일 거라 여겼지만, 막판에 밑동을 끊어 뒤집어 버리다니... 이건 정말 의외였다. 겉보기에는 예쁘기만 한 꽃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먹잇감을 삼키는 식인 꽃이라니 말이다. 얼굴뿐 아니라 사람 자체도 재미있었다. 점점 노골적으로 번지는 서경민의 탐욕스러운 시선에 윤라희는 속으로 눈을 굴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제가 이겼습니다.” 서경민은 잠시 멍해졌지만 곧 알아차렸다. 한 달짜리 내기, 바로 오늘이 만기였다. 원래부터 윤라희를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흥미까지 더해졌으니 더더욱 놓아줄 수 없었다. 그는 입꼬리를 비웃듯 올렸다. “아니, 너는 졌어.” 윤라희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서경민은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즐기듯 느릿하게 이어 말했다. “윤라희, 설마 조서영만 끌어내리면 네가 깨끗해졌다고 착각하는 거야? 대역 안 쓴 것 하나 빼면 네 흑역사는 그대로잖아. 얌전히 인터넷 좀 봐. 지금 다들 조서영 욕하지만, 너한테 돌 던지는 사람도 많거든.”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들을 씻어 내겠다고? 꿈 깨. 차도겸이랑 엮인 스캔들만 해도 평생 못 벗어날 거니까.’ 윤라희가 침묵하자, 서경민은 턱을 쓰다듬으며 사냥감을 바라보듯 시선을 내렸다. “조서영은 우리 회사에서 꽤 돈 잘 벌어다 주는 배우였어. 너는 통보도 없이 조서영을 끌어내렸으니 내 손해가 크지. 뭐, 곧 내 여자가 될 테니까 따로 따질 생각은 없어.” 곧 품에 안긴다고 생각하니 입맛이 당겼다. 서경민은 호텔 카드키 하나를 던졌다. “네가 졌으니까 오늘 약속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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