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게다가 아직 집 계약이 끝나지도 않았으니 자신에게 퇴로는 남겨 둬야 했다.
한서준이 그녀의 짐을 집어 들려고 했다.
“지금 바로 회장님의 별장으로 모실게요.”
강인아가 그 손길을 막았다.
“갈아입을 옷 몇 벌뿐이라 무겁지도 않아요. 주소만 주세요, 제가 차 몰고 갈게요.”
그제야 한서준은 강인아가 남의 차 타는 걸 유난히 꺼린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이 사는 곳은 경비가 삼엄해서 출입증 처리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어요. 강인아 씨만 괜찮다면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강인아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오빠가 한 번만 같이 가줘요.”
한서준은 난처할 만큼 영광스러웠다.
“강인아 씨와 회장님의 관계를 생각하면, 제가 오빠 소리는 감당을 못합니다.”
강인아는 대수롭지 않았다는 듯 말했다.
“감당을 하든 말든, 나랑 그 사람이 진짜 부부도 아니잖아요.”
오션 빌리지로 향하는 길에 한서준이 말을 꺼냈다.
“강인아 씨 운전할 줄 아는데 전에는 왜 한 번도 못 본 걸까요?”
강인아도 숨기지 않았다.
“이 차가 얼마 전에 고장이 나서요. 방금 수리 끝났어요.”
이렇게 낡은 차를 타 본 지가 오래였던 한서준은 순간 마음이 오묘하게 복잡해졌다.
“그동안 주씨 가문에서 경제적 보상 같은 건 전혀 없었나요?”
묻고 나서야 그도 조금 후회가 밀려왔다. 남의 사생활을 가볍게 캐물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강인아는 이 주제에 예민하지 않았다.
“엄마는 이혼할 때 빈손으로 나왔어요. 저 말고는 주씨 가문에서 돈 한 푼 안 받았죠.”
한서준의 얼굴에 경멸이 스쳤다.
“주씨 가문, 참 못됐네요.”
강인아가 호텔을 박살 냈던 그날,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주현석, 진만옥, 주예원이 강인아를 대하던 태도를 한 장면도 놓치지 않았으니, 주씨 가문이 이 시점에 딸을 다시 들이려는 진짜 목적도 짐작이 갔다.
강인아가 먼저 이 일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자, 한서준도 더 묻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몹시 궁금했다.
“주예원 씨가 설계한 보안 시스템이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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