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별장의 대략적인 구조를 소개한 뒤 한서준이 덧붙였다.
“강인아 씨가 요구하신 독립 서재는 이미 마련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꺾어 세 번째 방이에요.”
이건 백세헌이 동거를 제안했을 때, 강인아가 건 유일한 조건이기도 했다.
시간을 흘끗 본 한서준이 말했다.
“회장님은 오늘 밤 술자리가 있어 조금 늦게 들어오십니다. 필요하신 건 가사도우미들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는 혹시라도 놓치는 게 있을까 봐 사소한 부분까지 빠짐없이 당부했다.
강인아에게는 묘한 기운이 있었다. 분명 시골에서 올라온 철없는 계집아이 취급을 받던 출신인데도,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주씨 가문이 저질렀던 일들과 거기에 맞서 그녀가 되갚아 준 방식을 떠올리면, 한서준으로서는 이 영리한 아가씨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기가 어려웠다. 그 호감은 연정과는 무관했고, 그저 강인아의 처신을 높이 산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서준의 호의를 눈치챈 강인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오늘 밤 신세 졌어요, 오빠.”
한서준이 급히 손사래를 쳤다.
“당연히 제 일입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강인아는 잠시 마음이 동해 그를 불러 세웠다.
“오빠, 잠깐만요.”
그녀는 늘 지니고 다니는 펜을 꺼내고, 가방에서 메모지를 찾아 능숙한 손놀림으로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거리가 있어 무늬는 보이지 않았지만, 펜촉이 메모지에 남기는 색은 붉었다.
한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난번 한세 클럽 1908에서 강인아가 이 펜으로 서명할 때, 분명 잉크색은 검은색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잠시 그렇게 생각에 빠진 사이, 강인아는 메모지를 쭉 찢어 떼어내더니 기묘한 모양으로 접어 한서준의 주머니에 쏙 넣었다.
“바쁜 와중에 이사 도와준 답례예요. 몸에 지니고만 있어요. 펴 보지도 말고, 열어 보지도 마세요.”
그녀는 그가 묻기 전에 그의 주머니 위치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돌아가는 길, 운전 조심해요.”
한서준을 배웅하고 나서 강인아는 거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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