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화

진만옥은 보고서를 찢으며 말했다. “가짜 서류 한 장 들고 우리 주씨 가문의 재산을 가져가겠다니 꿈도 크네.” 강인아가 웃었다. “똑같은 보고서로 복사본을 잔뜩 만들어 뒀어요.” 주현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뭘 원하는데?”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은 잔뜩 덜컥거렸다. ‘망할 년이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설마 병원 쪽에서 들켰나?’ 강인아는 그의 눈에 비친 당혹을 알아차렸지만 병원 이야기는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주씨 가문이 요식업계에서 지금의 지위를 얻은 건, 우리 엄마가 이혼 전에 남겨 둔 레시피와 밀접하게 연결돼요. 엄마가 다투지도 빼앗지도 않은 건, 결혼에서 배신을 당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죠. 딸인 내가 그 억울함을 그냥 삼키게 둘 수는 없어요. 보수적으로 잡아도 주씨 가문 시가총액은 8000억이에요. 나도 많이는 안 바랄게요. 사흘 안에 4000억을 내 계좌로 보내요.” 주예원은 그 말에 발끈해 한동안 예의를 잊었다. “인아야, 체면 좀 챙기자. 아빠는 네가 시골 가난한 곳에서 불쌍하게 사니까 도와주려고 돈 대준 거야. 내가 그 정도 정이 없었으면, 네가 주씨 가문 문턱에 발이라도 들일 자격 있었겠어?” 강인아가 주예원을 힐끗 보았다. “너는 누구야?” 주예원이 가슴을 쭉 펴고 거들먹거렸다. “나는 주씨 가문의 정식 후계자야.” 강인아가 일부러 알아챈 듯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상을 받았다는 보안 시스템 하나로 스스로를 공부 천재로 포장한 그 광대가 너야?” 주예원의 눈이 시뻘게졌다. “누가 광대라는 거야?” 강인아는 턱으로 방 안의 난장판을 가리켰다. “진짜 천재라면, 자기 자신을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지는 않아.” 강인아의 태도에 불붙은 주예원이 손을 번쩍 들어 그대로 따귀를 때렸다. 강인아는 고개를 비켜 피하고 다른 손으로 주예원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맑게 터진 따귀 소리에 멍하던 사람들도 정신을 차렸다. 주예원이 얼굴을 막고 따졌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 강인아는 저릿한 손바닥을 주무르며 말했다. “먼저 건드린 쪽이 천한 거야.” 딸이 맞는 걸 본 진만옥이 고함쳤다. “사생아가 어떻게 사람을 함부로 때려?” ‘사생아’라는 글자가 강인아의 신경을 정통으로 건드렸다. 그녀는 테이블 위 레드와인을 집어 들더니 진만옥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었다. “우리 엄마가 예전에 당신 같은 몰염치한 첩에게 자리를 비켜 주지 않았다면, 유부남 꼬셔서 낳은 그 둘이야말로 진짜 사생아였겠죠.” 와인 한 잔에 관리 잘 된 진만옥의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강인아는 원래 남 좋은 대로 주무를 수 있는 물렁한 감이 아니었다. 주씨 가문이 숨은 의도로 그녀를 계산했다면, 그에 따른 되갚음도 감수해야 했다. 아내와 딸이 참담하게 당하는 걸 본 주현석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인아야, 사람들 앞에서 폭력을 휘두르다니 네 눈에 법이라는 게 있기는 하니?” “법이 뭐예요? 한번 말씀해 보시죠!” 진만옥은 얼굴의 와인 자국을 훔치며 이를 갈았다. “회장님 자리에서 설치다니, 네 말로는 죽음 하나뿐이야.” 강인아가 백세헌을 향해 물었다. “그래요?” 백세헌은 산처럼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어디 한번 해봐.” 강인아는 구석에서 장식용으로 놓인 야구 방망이를 찾아 들어 손에서 무게를 가늠했다. 믿기지 않는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녀는 방망이를 번쩍 들어 방 안 장식들을 죄다 박살 냈다. 일련의 동작은 구름 흐르듯 매끄럽고 빨랐다. 눈을 들어 보니 고급스럽던 호텔 룸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현장을 다 부수고 나서 강인아는 태연하게 네 글자를 던졌다. “해봤어요” 구경하던 백세헌은 침묵에 잠겼다. 곁에 있던 경호원과 비서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씨 가문 사람들은 겁이 질려 얼이 빠졌다. 안텐 호텔은 백세헌의 산업이다. 그의 구역에서 이렇게 큰소리치다니 강인아는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건가 싶었다. 선과 자존심이 공개적으로 도발 당했는데도, 백세헌은 성내기는커녕 제법 흥미롭다는 듯 강인아의 장난을 지켜봤다. 5분 뒤, 경찰이 예정대로 도착했다. “시민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기물을 파손한 불법 행위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백세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누가 신고했지?’ 뺨이 부어오른 주예원은 그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강인아를 가리켰다. “전화는 제가 했어요. 싸움질하고 난동 부린 게 바로 저 여자예요.” 흥분한 진만옥도 거들었다. “맞아요. 제 얼굴에 와인까지 퍼부었어요. 어서 잡아다 감옥에 넣어요.” 경찰은 살기를 잔뜩 띠고 방망이를 쥔 강인아를 보자마자 즉시 목표를 고정했다. “아가씨, 무기를 내려놓고 우리와 함께 가서 조사를 받으세요.” 강인아는 방망이를 내던지고 주현석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주씨 가문이 저를 이렇게까지 챙겨 주시니, 예는 예로 갚아야죠. 반드시 피로 값을 치르게 할 거예요.” 그녀가 이끌려 나갈 때, 백세헌은 그녀 눈빛에서 짓궂은 기미를 포착한 듯했다. 오직 주현석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인아가 잡혀가 버리면 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아들은 어쩐다는 말인가. 주현석은 비굴한 표정으로 백세헌을 바라보았다. “회장님께 실례를 끼쳤습니다. 강인아가 죄가 크기는 해도, 어쨌든 주씨 가문의 딸입니다. 제 체면을 봐서라도 그 계집애 한 번만 살려 주시겠습니까?” 진만옥은 눈을 둥글게 뜨며 소리쳤다. “여보, 어떻게 강인아 편을 들어서 빌 수가 있어?” 주예원도 고함쳤다. “맞아요, 아빠. 강인아는 사람들 앞에서 회장님을 거슬렀어요. 감옥 바닥이 닳도록 앉혀 놔야 해요.” 주현석은 다른 손으로 주예원의 뺨을 후려쳤다. “너희 둘 다 입 닥쳐.” 진만옥과 주예원은 동시에 그의 분노에 질려 버렸다. 주현석은 다시 백세헌을 향해 웃는 얼굴을 했다. “회장님께서 더는 추궁하지 않으신다면, 호텔의 모든 손해는 원가... 아니, 두 배로 배상하겠습니다.” 백세헌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아주 훌륭한 따님을 두셨네요.” 애매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수행원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주씨 가문 세 식구는 서로 얼굴만 마주 본 채 백세헌이 어떤 뜻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주예원은 얼굴을 감싸 쥐고 울먹이며 물었다. “아빠, 왜 나를 때려요?” 진만옥도 성난 얼굴이었다. “여보, 그 사생아가 우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야?” 주현석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 지경으로 망신을 당해 놓고, 너희는 안혁이 아직 병원에서 강인아의 신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었어?” 그 말을 들은 진만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강인아가 끌려가며 마지막에 남긴 그 말을 떠올렸다. 반드시 주씨 가문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말을 말이다. ‘피로 치르는 값이 우리 아들의 목숨이라는 뜻인가?’ 진만옥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강인아 저 계집 정말 독하네!” 악독한 저주를 등에 업은 강인아는 다리를 꼬고 심문실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체포에 대한 두려움 따위가 티도 나지 않았다. 서류를 쓰던 경찰이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진지하게 임하세요. 당신이 저지른 일 이미 구류하기에 충분해요.” 강인아는 구름 걷힌 듯 담담히 웃었다.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 줄 사람이 올 거예요.” 경찰이 차갑게 말했다. “호텔에 천만 단위의 손해를 입혔어요. 호텔 주인이 문제 삼지 않는 이상 집안 거덜 나게 배상해야 할 겁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동료 하나가 들어와 그의 귀에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 경찰은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이 직접 왔다고?”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