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백세헌의 입술에서 짙은 술 냄새가 났고 그는 눈빛마저 흐릿해졌다.
강인아는 술에 취한 남자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당신이 저승사자처럼 다가오니까 피한 거예요. 당신한테 잡아먹히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잡아먹힌다는 소리에 백세헌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강인아의 몸에 눌려 있는 아랫부분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는 향긋했고 부드러웠고 보고 있으면 갓 구운 맛있는 디저트처럼 군침이 돌았다.
짙은 욕망으로 가득 찬 백세헌의 눈동자를 보고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녀를 안고 있는 그의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
강인아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입을 열었다.
“왜 이래요?”
그녀의 질문에 백세헌은 술기운이 조금 사라졌고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하여천과는 무슨 사이야?
“친구예요.”
백세헌은 친구라는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친구? 어떤 친구가 상대방을 위해 목숨을 바쳐?”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일 거예요. 그걸 믿어요?”
백세헌은 어두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따져 물었다.
“어떻게 알게 됐어?”
“인터넷으로요.”
“안 지 얼마나 된 거야?”
“6년이요.”
6년이라는 긴 숫자에 백세헌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쩐지 강인아와 하여천이 죽이 척척 맞더라니.
“한세 클럽에서 나가서 누구를 만난 거야?”
강인아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심문하는 거예요?”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난 당신 남편이야. 당신의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어.”
그의 말에 강인아는 어이가 없었다.
“잊었어요? 우리 두 사람은 법적으로만 부부일 뿐이에요.”
눈빛이 어두워진 백세헌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법적으로 부부 사이라면 진짜 부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따뜻한 숨결이 얼굴에 스며들었고 알코올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는 포악한 짐승처럼 도망갈 곳 없는 작은 길고양이를 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짜증 나는 건 옆에 거추장스러운 루시퍼가 있다는 것이다. 백세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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