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당신은 당신의 인생이 있고 난 내 인생이 있어요. 이 침대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남남이라고요.”
“나중에 당신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면 바로 자리 비켜줄게요. 다만 그 전제는...”
강인아는 그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요.”
그녀에게 밀린 백세헌은 화를 내기는커녕 피식 웃었다.
“내가 평생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화가 난 거야?
“내가 왜 화를 내겠어요?”
강인아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주예원 때문이잖아.”
백세헌은 술에 취한 것이지 정신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강인아는 오늘 저녁에 주예원을 여러 번이나 놀렸다. 개인적인 원한도 있었지만 여동생에 대한 질투와 불만이 더 많았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뒤에서 잔꾀만 부릴 줄 아는 그런 여자를 난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잘난 것 하나 없는 여자인데 내가 왜 신경을 써요?”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것을 좋아하는 건 당신의 권리와 자유예요.”
“그러니까 구역질 나게 하지 말아요. 그런 여자와 날 비교하는 자체가 싫으니까.”
“주예원 때문에 화를 내요? 주예원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
펄쩍 뛰는 강인아의 모습이 백세헌은 마음에 들었다.
“여자들은 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길 좋아하더군.”
“남자들은 술기운에 행패를 부리는 것을 좋아하더군요. 술이 깨면 술 때문에 실수를 했다고 변명하더라고요.”
백세헌은 화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어린 계집애가 남자에 대해 아는 게 많네.”
강인아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당연하죠. 그동안 만난 남자가 천 명은 아니더라도 800명은 될 거예요.”
술기운 때문인 건지 백세헌은 짜증이 확 밀려왔다.
강인아한테 더 이상 놀림을 받고 싶지 않았던 그는 그만하라는 말만 남기고 바로 침실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강인아의 손목에 있던 루시퍼를 잡아갔다.
그 모습은 마치 아내와의 말다툼에서 지고 아이를 빼앗아 가는 유치한 남편 같았다.
그날 밤, 백세헌은 루시퍼를 납치하여 자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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