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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백시후가 백세헌에게 선택을 강요했을 때 그는 이미 강인아가 이 때문에 화를 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인아가 비웃었다. “당신이 누구를 선택하든,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제 목숨은 오직 저만이 통제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제 생사를 결정할 자격이 없어요.” 백세헌은 강인아의 단호한 뒷모습을 보며 이 여자를 점점 더 알 수 없다고 느꼈다. 의식을 잃기 전, 그의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남은 장면은 산소 부족으로 질식하는 자신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강인아는 모든 걸 무릅쓰고 그에게 헤엄쳐 다가가 키스로 산소를 공급했고 덕분에 그는 이 사건 속에서 간신히 한 줄기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강인아, 믿든 안 믿든, 나는 너랑 주예원 중에서 선택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 백세헌은 원래 남에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강인아가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 강인아는 백세헌에게 잘 구운 생선을 건네주었다. “일단 뭐라도 좀 먹고 체력을 보충해요. 당신의 지금 몸 상태로는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할 때가 아니에요.” 말하자면 구운 생선 하나로 그의 입을 막으려는 셈이었다. 강인아는 생선을 건네준 후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다시 펜에 집중했다. 백세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뭘 보고 있는 거야?” “방향을 보고 있는 거예요.” 희미한 불빛을 빌려 백세헌도 강인아의 펜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펜은 나침반 기능도 있는 거야?” 추측이 맞다면 지금 두 사람이 있는 작은 섬은 유람선이 곧 돌게 될 그 섬이었다. 아쉽게도 바다에 빠지면서 휴대폰을 잃어버려 GPS로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강인아가 미소를 지었다. “이 펜, 얕보지 마요. 가치가 60억이 넘어요.” 백세헌은 그제야 깨달았다. “시제품이 이 펜 안에 들어 있어?” 강인아는 부인하지 않았다. “돈은 제가 냈어요. 당신, 딴생각하지 마요.” 백세헌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속 좁네.” 백세헌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60억은 어디서 난 거야?”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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