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심민지는 노민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진짜 ‘세상 제일 쓰레기’라는 글씨를 그의 이마에 새겨놔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여기 왜 왔어요? 지수한테 다 들었는데 또 이혼 합의서를 작성했다면서요? 여기가 무슨 가정법원인 줄 알고 왔어요? 당장 서류에 도장 찍고 갈 거예요?”
노민준은 변명해도 소용없다는 걸 잘 알아서 담담하게 인정했다. 그는 확실히 고지수 때문에 온 거였다.
“여기서 이러는 건 아닌 거 같아.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
그의 시선이 고지수에게 닿았다.
“재우 일 때문에 너랑 얘기할 게 있어.”
고지수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몇 사람은 자리를 옮겨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양문빈은 지난번에 술에 취하고 고지수한테 실수한 전적이 있어서 감히 따라오지도 못하고 줄행랑쳤다. 룸 안에는 고지수, 노민준, 심민지, 그리고 박주경이 있었다.
노민준이 입을 열었다.
“재우가 요즘 감정 기복이 심해. 너 따라가겠다고 떼쓰고 있어. 아빠는 양육권을 절대 넘기지 말래. 손주를 너무 아끼시거든. 대신 네가 시간이 될 때 자주 와서 재우를 봤으면 좋겠어.”
고지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시간 되면 갈게.”
심민지는 과일 접시에서 수박을 집어먹으며 엑스레이를 찍는 것처럼 노민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둘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심민지가 돌직구를 날렸다.
“노민준 씨,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지수 바람맞히는 거 아니죠?”
노민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얼굴이 잠깐 어두워졌다.
“그럴 일 없어요.”
심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나도 그 자리에 갈 거니까 혹시 딴짓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요.”
그녀는 원래 지방 촬영이 많아서 와서 고지수의 얼굴을 볼 시간도 없었는데 고지수가 다시 이혼 서류를 넣었다는 소식을 듣자 무조건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심민지가 이를 으득 갈며 경고했다.
“노민준 씨가 약속을 어기면 내가 사람을 데리고 그쪽 집 쳐들어가서 질질 끌고 나올 거예요.”
노민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일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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