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이혼 증명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던 고지수는 심동하가 세 번이나 부른 후에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심동하는 언제부터였는지 고지수 앞에 쪼그려 앉아 그녀를 깊게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 해요?”
고지수는 술기운에 감정이 계속 밀려와 머리가 아팠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심동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평온해졌다. 머릿속의 소란도 함께 가라앉았다.
“저 이혼했어요.”
“후회해요?”
“아니요.”
이혼 증명서를 내려놓은 고지수는 의자에 손을 짚은 채 고개를 들어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흩어지는 입김을 바라보니 왜인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지친 웃음이었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숙이며 웃음기가 사라졌다.
고지수의 몸에는 망설임, 혼란스러움, 피로감, 실망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후회는 없었다. 다만 대가가 너무 컸고 마음이 복잡했다.
“시어머니가 말했어요. 훌륭한 ‘노씨 집안 며느리’가 되려면 남들 앞에서 울면 안 되고 다투면 안 되고 소리 지르거나 싸우면 안 된다고요. 거친 말도 하면 안 되고 집안일을 잘하고 검소하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아이 잘 키워야 한댔어요.”
고지수는 고개를 숙여 심동하를 바라봤다.
“시어머니는 저한테 웃지도 말고 펄쩍 뛰지도 말랬어요. 노민준도 절 도와주지 않았고요.”
마치 어린아이가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심동하는 고지수의 눈 속에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조각들은 이 결혼 생활 속에서 소진된 무력감 그리고 무감각이었다. 견딜 수 없이 가슴이 아팠다.
“그 말 틀렸어요. 더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동안 충분히 잘했어요. 지수 씨는 그 사람들한테 너무 아까워요.”
입술을 달싹인 고지수는 점점 더 크게 웃더니 이혼 증명서를 마치 승리의 깃발처럼 들어 올렸다.
“저 이혼했어요.”
“네. 잘했어요.”
부드럽게 웃은 심동하는 고지수의 이혼 증명서를 받아 가방에 넣어주며 말했다.
“집에 가서 봐요. 밖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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