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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망신스러워서, 차마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감히 떠올리지도 못했다. 술에 취한 뒤, 자신이 심동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카톡으로 사과를 했지만 막상 본인을 마주하자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마치 속내가 들킨 듯한 두려움까지 스며들었다. 고지수는 심동하를 바라보며 부인했다. “그런 거 아닌데요?” ‘이렇게 봤으면 됐나?’ 심동하는 말없이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미동조차 없는 눈빛은 그녀 얼굴에 스치는 미세한 변화마저 놓치지 않으려는 듯했다. 이를 악물고 버티지 않았다면 고지수는 벌써 모든 걸 실토했을지도 모른다.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녀의 부인은 거짓말이라는 걸. 그리하여 두 사람 사이에는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너무나 고요한 탓에 고지수는 숨을 쉬는 것조차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심 대표님은 원래 신사적인 분 아니었나? 이럴 때는 왜 신사답게 모른 척 넘어가지 않고 굳이 찔러대시는 걸까?’ 결국 심동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담담히 시선을 거두고 변함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세요.” 임지후의 시선이 심동하에서 고지수 쪽으로 옮겨졌다. 잠시 머뭇거리다 아무도 말을 잇지 않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 먼저 가겠습니다. Rita 선생님, 차는 어디에 세워두셨어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 “네.” 고지수는 심동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심 대표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심동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곧 불쾌감을 드러내는 듯했다. 고지수는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임지후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했지만 발걸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러다 도중에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돌려 빠르게 되짚어갔다. 그러고는 심동하가 차에 오르려 몸을 굽히는 순간, 서둘러 불렀다. “심 대표님!” 가슴이 쿵쾅거렸다. 마치 형장으로 끌려가는 심정이었다. 심동하는 멈춰 서서 차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쑥한 슈트 차림에 차갑고 준수한 이목구비까지 더해 꼭 그림 속 인물 같았다. “미안해요. 제가 좀 낯을 들 수가 없어서... 원래 술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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