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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고지수는 빈정거리면서 말한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일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문 옆에 있던 오윤경과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미안해요. 일부러 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아니에요. 제가 주위를 확인도 안 하고 전화를 받은 거잖아요.” 고지수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오윤경은 고지수의 약지에 남아있는 반지의 흔적을 보더니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남편이 붙잡는 중이에요?” 고지수는 노민준과 나눴던 대화를 회상해 보고는 더 숨길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사실대로 얘기해주었다. “그 사람은 내가 아쉬운 게 아니라 그저 편히 부려 먹을 수 있는 가정부가 필요한 것뿐이에요.” ‘재우 얘기를 꺼내면 내가 다 내팽개치고 달려갈 줄 알았겠지. 하여튼 사람이 참 한결같아.’ “전업주부였던 분들이 이혼 과정에서 흔히 겪는 일이죠. 항상 남편들은 아내의 희생과 노력으로 집안이 여태 돌아간 것도 모르고 이혼한 뒤에야 빈자리를 실감하더라고요. 지나치게 오만했던 거죠.” 오윤경의 말에 고지수는 쓰게 웃었다. “이혼하고 난 뒤에야 알게 됐어요. 남편과 아이를 챙기는 일 말고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엄청 많다는 것을요.” “어깨 펴세요. Rita 씨는 엄청 대단한 사람이니까. 깐깐한 우리 대표님한테 선택당한 인재잖아요.” 오윤경은 그녀를 위로하듯 말하고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사진 잘 나왔네요. 이거 다 정리해서 나한테 보내주면 Rita 씨의 업무는 끝이에요.” “네, 알겠어요.”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건 있어요?” “일단은 스타 트레일을 한번 촬영해 보려고요. 대학교 때부터 줄곧 찍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거든요.” 대학교 때도 그녀는 늘 노민준의 일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 해볼 생각이다. 오윤경은 그녀의 계획을 듣더니 조금 난색을 보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언제쯤 떠날 생각이에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어요. 왜요?” “사실 친구 한 명이 곧 결혼하게 되는데 웨딩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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