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노민준은 시동을 걸고 백미러로 고지수와 노재우를 슬쩍 살폈다.
아까까지만 해도 햄버거 가게 안에서 천장 뚫을 기세로 날뛰던 녀석이 지금은 온순한 양처럼 얌전히 고지수 품에 찰싹 붙어서 애교를 부리고 있다.
“엄마, 엄마가 싫어하는 건 이제 다시는 안 할게요...”
노민준은 속으로 자기 아들을 아니꼽게 흘겨봤다.
진짜 지금 이 순간 한 달 전 아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투덜대긴 해도 노민준은 이렇게 얌전한 노재우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엄마 품에 꼭 안겨 촉촉한 눈으로 고지수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딱 강아지를 방불케 했다.
고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재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눈부시게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산속 샘물처럼 잔잔히 노민준의 마음속에서 흘렀다.
그 샘물은 노민준의 가슴을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두드렸고 노민준은 눈앞의 광경이 꿈처럼 느껴졌다.
신호대기 중, 노민준은 백미러로는 만족하지 못해 아예 고개를 돌렸다.
노재우는 이미 울다 지쳐 고지수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노재우 어깨를 살살 두드리며 안고 있는 고지수의 옆모습은 말로 다 못 할 만큼 부드럽고 매혹적이었다.
노민준의 마음이 살짝 요동쳤다.
이 여자는 노민준의 아내였고 이 아이는 노민준의 아들이었다.
이게 바로 노민준이 잃었던 평온한 삶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장면이 흔해서 당연한 듯 지나쳤지만 지금 다시 보니 이렇게 따뜻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노민준의 가슴 안쪽에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 평화로운 모습을 깨고 싶지 않아 노민준은 숨조차 내쉬지 않고 묵묵히 지켜봤다.
그러다 고지수가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앞에서 날 내려줘.”
고지수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표정에는 아무 감정도 없어 보였다.
말을 마친 고지수는 조심스럽게 노재우의 손을 자기 몸에서 떼어내고 아이를 조심스레 좌석에 눕혀 곤히 자게 내버려뒀다.
순간 노민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반사적으로 외쳤다.
“애가 저렇게 울었는데도 가겠다고? 애가 깨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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