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다음 날 아침, 노민준은 정리해 온 업무 보고서를 들고 심동하 앞에 섰다.
“아침은 먹었나요?”
“아직이요.”
심동하는 아직 말도 안 했는데 옆에 있던 비서가 상사 마음을 척 알아차리고는 메뉴판을 노민준에게 건넸다.
노민준은 간단히 두 가지 메뉴를 시키고 정신 차릴 겸 아메리카노도 한 잔 주문했다.
심동하는 보고서를 넘기며 물었다.
“몇 시까지 했어요?”
노민준은 커피를 저어대던 숟가락을 멈추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섯 시요.”
불과 한 시간 전까지 일했다는 말에 심동하가 고개를 들었다.
“이 정도 일은 노민준 씨한테 그렇게 오래 걸릴 게 아니잖아요.”
“딴 일이 있어서요. 잠이 안 오더라고요.”
어젯밤 노민준은 뒤척이고 또 뒤척였다.
어릴 때 고지수와 나눴던 사소한 기억 하나하나가 지금의 복잡한 현실과 뒤엉켜 노민준의 머릿속을 꽉 조여 왔다.
그 기억들은 그물처럼 엉켜 노민준이 도망칠 수도 없었고 숨도 제대로 내쉴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기억이 점점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고지수가 노민준을 마음에서 도려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노민준은 그만큼 고지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심동하는 말 없이 보고서를 책상에 내려놓고 질문을 던졌다.
“오늘 일정이 있어요?”
“아내 달래기요. 이혼은 아무리 생각해도 동의할 수 없어요.”
노민준은 속 쓰린 아메리카노를 들이켜고 쓴맛으로 억지로 정신을 붙잡았다.
심동하는 눈빛 하나 안 바뀌고 조용히 말했다.
“노민준 씨 아내는 예전에 우리 회사에 온 적이 있어요.”
노민준은 순간 멍해졌다.
그때 고지수가 회사에 와서 소란 피운 일이 심동하의 귀에 안 들어갔을 리 없었다.
노민준은 서둘러 변명했다.
“그때는 제 아내가 저랑 윤혜리 사이를 오해해서 그런 거예요. 그 일로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사실 제 아내는 성격이 진짜 좋아요. 그때는 정말 예외적인 상황이었어요.”
심동하는 간단하게 대답하며 커피잔을 들었다.
그날, 고지수가 다른 사람을 통해 심동하에게 수건과 우산을 돌려보냈다.
노민준은 커피잔 가장자리를 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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