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두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고지수의 시선은 평온했고 눈동자는 맑고 흔들림이 없었다.
노민준은 자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단 걸 인지하자 아예 솔직하게 본론을 꺼냈다.
“지수야, 우리 다시 같이 살자. 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이제 안 그럴게.”
“네가 노재우를 위해 이혼하지 못하겠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내 입장은 안 변해.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 없었어.”
법원은 이미 이혼 신청을 받았고 공식 절차만 남은 상태였다.
이번에 이혼할 수 없으면 별거 기간을 채운 후 다시 신청하면 될 일이었다.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결국 이혼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이 될 것이다.
노민준은 고지수의 어깨를 잡아 몸을 돌려 자기와 마주 보게 했다.
하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고지수가 노민준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나 지금 잘 살고 있어. 넌 도대체 왜 온 거야? 내가 없으니까 집이 엉망이 돼서 날 불러서 땜빵하려는 목적이야? 노민준, 말해 봐. 네가 대체 뭔 자격으로 내게 명령하는 거야?”
노민준은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그래서 잠시 입을 다물고 숨을 깊게 들이켠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에는 그런 마음도 있었어. 근데 이번에는 다른 이유도 있어.”
노민준의 처음 한마디만으로도 고지수는 이미 화가 치밀었다.
고지수를 노씨 가문의 가정부 취급하는 노민준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무슨 이유가 있는데?”
고지수는 노민준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들어나 보려고 했다.
“널 좋아해.”
고지수가 순간 멈칫했다.
“뭐라고?”
노민준은 다시 한번,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지하게 말했다.
“지수야, 널 좋아해.”
고지수는 아무 말도 못 들은 사람처럼 노민준을 멍하니 바라봤다.
노민준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잘 몰랐어. 네가 워낙 오래 내 옆에 있어서 너란 사람에 익숙해져 버린 거야.”
고지수는 정말 오랫동안 노민준의 곁에 있었다.
처음에는 엄마 친구가 집에 데려온 조그만 여자애였고 예쁜 원피스를 입고 달콤하게 웃으면서 오빠라고 부르며 노민준의 뒤를 졸졸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