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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노민준은 몸 옆에 늘어진 주먹을 꽉 쥐고 고지수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그윽한 눈빛으로 고지수를 바라봤다. “지수야, 너랑 할 말이 있어.” 고지수는 송서아와 심동윤에게 먼저 가라고 했지만 두 사람 모두 꿈쩍도 안 했다. 한 명은 구경할 생각에 신났고 다른 한 명은 노민준에게 빈틈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결국 둘 다 차에 올라 기다리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사라지자 노민준은 숨 쉬는 것조차 편해지는 듯했다. “여긴 정말 찾기 힘들더라. 이 밤중에 여기서 일하다가 얼어 죽을 수도 있겠어.” 노민준은 말을 마치고 고지수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고지수는 곧바로 손을 뺐다. “할 말 있으면 얼른 해. 헛소리는 필요 없어.” 가시 돋친 고지수의 태도에 노민준은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한숨을 내쉬며 손난로를 내밀었지만 고지수는 받지 않았다. 결국 속이 꽉 막힌 노민준은 손난로를 거뒀다.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심동윤 생각만 하면 더 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그 자식을 끌어내려서 한 대 패고 싶었다. “그 자식은 언제부터 네 스튜디오에 있었던 거야?” “너랑 상관없잖아.” “그 자식은 다른 속셈이 있어.” “지금 나한테 할 얘기가 그거야? 고작 남 뒷담화?” 노민준은 어이없어 웃음이 터질 뻔했다. “내가 그 자식 뒷담화를 한다고? 너희가 아까 뭐 했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 뒷담화할 필요가 있겠어?” “아까 뭐 어쨌는데?” “그 자식이 네 얼굴을 닦아줬잖아.” “그래서 어쩌라고?” 손도 아니고 휴지로 닦아 두 사람의 피부가 닿지도 않았은데 이제 와서 그딴 거로 정조를 운운하는 걸 보면 진짜 구질구질했다. “너 진짜 정신 나갔어? 심동윤을 네 상상 속의 라이벌로 만든 거야? 굳이 가만히 있는 심동윤을 내 바람 상대로 만들어 날 불륜녀로 몰아가는 거야?” 고지수의 말에 노민준은 속이 더 부글부글 끓었다. 아내의 마음을 돌이키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어디서 튀어나온 얍삽한 어린놈이 노민준의 속을 뒤집어 놓을 판이었다. 게다가 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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