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이치노세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태연하게 표정을 정리하고 축하 인사를 건넨 후, 고지수와 심동하를 정중히 배웅했다.
“그 사람이 마지막에 뭐라고 했어요?”
“너와 나에게 밝은 앞날이 있기를 기원한대.”
고지수는 눈이 휘어지도록 웃었다.
“오늘 진짜 오길 잘했네요. 심 대표님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다음에 만약 명안이랑 다시 협력 기회가 생긴다면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네.”
“근데 미래의 일은 미래에 얘기하죠. 오늘은...”
오늘 심동하가 아니었다면 고지수는 전시장 근처에도 못 갔을 거였고 이치노세도 절대 못 만났을 것이다.
이대로 넘어가자니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심 대표님, 제가 밥 살게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스시 풀코스요? 아니면 길거리 음식 투어요? 아니면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친구가 뭐 부탁한 거 있으면 같이 사러 갈 수도 있고요...”
고지수는 골목을 돌며 계속 신나게 말하다가 멀리 한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자 말을 뚝 멈췄다.
순간 반사적으로 심동하의 손목을 잡아 뒤로 물러섰고 얼굴은 순식간에 경직됐다.
‘노민준이 왜 여기 있어? 아직 안 갔어? 근데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야?’
“왜 그래요?”
고지수는 지금 이 순간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노민준이랑 심동하가 여기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고지수의 정체는 무조건 들킬 것이다.
“아까 저 편의점 안에 괜찮아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가서 한 번 먹어보죠.”
고지수는 다짜고짜 심동하를 끌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심동하가 들어오자마자 문 위에 달린 방울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 순간, 노민준이 바로 이 골목 끝에서 나타났다.
고지수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한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지수는 편의점 간판을 다시 보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성인용품 전문 편의점이었다.
고지수는 심장이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방금 뭐라고 했던지 곰곰이 되뇌었다.
“괜찮아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한 번 먹어보죠.”
고지수는 눈앞이 아찔했고 이대로 죽고 싶었다.
심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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