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그날 얼굴을 가린 여자 말고는 이상한 게 전혀 없었다.
“심 대표 정도면 만날 수 있는 여자가 널리고 널렸는데 아직 이혼도 안 한 애 딸린 여자를 좋아하겠어?”
“그럴 수도 있죠.”
“...”
은소희와 더 말을 섞는 건 무의미하다고 느낀 노철수는 노민준을 보며 말했다.
“심 대표한테는 네가 잘 말해. 네 엄마 헛소리 듣지 말고 회사만 생각해. 우리가 다 같이 살려면 심동하 말대로 하는 게 최선이야.”
“알아요.”
이튿날 출근을 한 노민준은 회의실 상석에 앉아 있는 심동하를 보며 자연스레 성인용품 가게를 떠올렸다.
여자의 몸에 익숙하게 올려진 손과 다정한 말투가 자꾸만 생각나서 노민준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가 고지수의 얼굴까지 대입하며 그날 일을 떠올리고 있을 때, 노민준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하정원이 심동하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군데 자꾸 너를 쳐다봐?”
심동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하정원이 가리키는 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회의실에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 자신만을 쫓아다니는 그 집요한 시선을 심동하가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미친 사람이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노민준의 모습이 정말 미친 사람 같아서 하정원은 이내 그의 말에 수긍했다.
회의에 전혀 집중을 못 하고 있던 노민준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심동하에게로 다가갔다.
“대표님.”
노민준이 다가오는 걸 알아챈 심동하가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리자 노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 혹시 이치노세 작가님 사진전 보셨어요? 티켓 어떻게 구하셨어요? 제 와이프가 이치노세 작가님을 좋아해서요.”
“친구가 준 거라 잘 몰라요. 집안일은 다 해결했습니까?”
“네. 이혼하기로 했어요.”
“안 좋은 기억에는 마침표가 필요한 법이잖아요. 다시 새로 시작하려고요. 와이프랑은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어서 제가 노력만 하면 관계를 돌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노민준은 말을 하면서도 심동하의 표정을 유심히 들여다봤지만 표정 변화가 워낙 없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부부로 산 지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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