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협업 대표의 아내에게 불륜녀로 오해받아 모욕을 당했다.
자칭 불륜녀 퇴치 어벤져스라고 부르는 정의의 사도들이 집 앞으로 들이닥쳤다.
“왜? 반반한 얼굴로 남자를 꼬드길 땐 언제고, 인정할 용기는 없나 봐?”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네가 무사할 줄 알았어?”
그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나를 향해 물건을 던졌다.
덤덤하게 그들을 지켜보던 나는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계약 취소해요.]
“액세서리는 몇억, 에르메스 가방은 최소 수십억, 청화백자는 40억.”
“얼마든지 부숴요. 배상할 능력이 되신다면.”
퇴근 후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자 플래카드를 들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불륜녀 퇴치 어벤져스, 양심 없는 불륜녀 대신 때려드립니다.”
유튜버와 그 스태프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시청자와 댓글로 소통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불륜녀가 지금 이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오늘 시청자에게 그 불륜녀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것이 라이브 방송의 취지였다.
한껏 과장된 유튜버의 언행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조회수를 올리려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의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했다.
하지만 그런 과장된 언행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곧 유튜버들의 주위로 구경꾼들이 잔뜩 모여들었다.
“왜 저희 아파트에서 사람을 찾아요? 설마 그 불륜녀가 우리 아파트 입주민이에요?”
“에이, 모르셔서 그렇지 저희 아파트에 그런 여자들 많아요. 그래서 저런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거라니까.”
“대체 누구예요? 알려줘요. 저도 도와줄게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튜버의 말에 동조하며 수군거렸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자 유튜버는 오히려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여러분들과 같은 아파트 3동에 살고 있는 여자예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누군지 곧 알게 되실 거예요.”
나는 그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와 같은 동에 사는 여자였어?’
유튜버의 곁에선 한 여자가 가엽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협업 회사 대표의 아내인 심수빈이었다.
계약 관련 미팅을 하며 함께 식사한 적이 있었기에 일면식이 있는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튜버의 입에서 나온 불륜녀 이슈가 심수빈의 얘기였다니.
당황스러움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심수빈은 눈물을 흘리며 불륜녀의 만행을 폭로했다.
“그 여우 같은 X이 제 남편을 꼬드긴 것도 모자라 절 찾아와 당장 이혼하라며 협박까지 했어요.”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 말에 구경꾼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심수빈에게 도와줄 테니 겁내지 말라며 위로를 건넸다.
라이브 방송 채팅방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현장의 상황만으로도 여론이 들끓고 있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입주민 그룹 채팅방의 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든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손잡이를 돌리자 커다란 힘으로 문이 활짝 열렸고 곧이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여러분, 보세요. 이 여자가 바로 그 몰상식한 인간이에요.”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 X이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유부남은 왜 꼬드겨서 남의 가정을 파탄을 내?”
나는 눈 깜짝할 사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라이브 방송을 하는 카메라 몇 대가 바짝 다가와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모여든 구경꾼들은 하나 같이 나에게 몰상식한 인간이라며 손가락질했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고 나서야 겨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해명할 기회도 없이, 누군가 철썩 뺨을 내리쳤다.
“왜? 반반한 얼굴로 남자를 꼬드길 땐 언제고, 인정할 용기는 없나 봐? 난 너처럼 양심 없는 X 이 제일 싫어!”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네가 무사할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