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여수민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버렸고, 마치 지옥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사방이 사람을 집어삼킬 듯한 야수들뿐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에코백을 꽉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화실을 향해 달렸다.
문을 지키던 유 경비가 놀라서 말했다.
“수민아? 이렇게 늦게도 화실에 오네. 혹시 김 교수님이 내준 과제를 아직 못 끝낸 거야?”
여수민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안쪽을 가리켰다.
유 경비가 문을 열어 주자, 여수민은 마치 뒤에서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전시실 안으로 냅다 달려 들어갔다.
그는 김미숙의 아들도 위층에 있다고 한마디 알려 주려고 했지만,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여수민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전시실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CCTV와 몇몇 보안 장비의 적외선 불빛만이 희미하게 떠 있었다.
여수민은 다리에 힘이 풀려 나선 계단 중간 플랫폼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남민우에게 실험실에 그대로 있으라고, 절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메시지를 보낸 뒤, 김미숙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여수민에게 먼저 입을 열어 도움을 청하라고 하는 일은 누구에게든 간에 그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여수민은 문장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늘 말이 너무 무례한 것 같아서, 마지막에는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까지 축축하게 땀이 배었다.
그녀는 손등으로 눈을 한 번 가리고는 결심하듯 전송 버튼을 눌렀다.
위층에서는 하준혁이 막 소파 틈 사이에서 김미숙의 휴대폰을 찾아냈다.
퇴근길에 집에서 전화가 와서, 김미숙이 화실에 휴대폰을 두고 왔다며 들르는 길에 좀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하준혁은 화실에 들어와 한바탕 뒤진 끝에 이제야 그것을 찾아낸 참이었다.
휴대폰은 무음으로 설정돼 있었지만 화면 위로 새 메시지 알림이 툭 떠 올랐다.
잠금 화면에 개인정보 보호 모드가 켜져 있지 않아서, 보낸 사람 이름에는 ‘수민’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준혁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다리를 조금 벌리고 기대앉은 채 잠시 생각하다가 잠금 해제 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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