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사람이 약하고 버틸 힘 없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걱정을 받으면, 괜히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이었다.
여수민도 가슴이 살짝 데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입술을 깨물다가 결국 솔직히 인정했다.
김미숙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이상, 김미숙의 가족들도 자연히 알게 될 터였다.
[저는 김 교수님을 뵈려고 왔어요. 그런데 지금 바쁘신 것 같아요.]
하준혁은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오늘 밤에 어머니가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으셔서, 지금은 좀 힘들 거예요. 왜요, 많이 급해요?”
여수민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제가 전화 한번해 볼게요.”
하준혁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 있네요.”
여수민의 얼굴이 금방 힘없이 내려앉았다. 실망이 가려지지 않았다.
“그럼 저한테 이야기해 볼래요?”
하준혁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여수민은 멍한 눈으로 하준혁을 바라보았다. 동그란 눈동자 안에는 망설임과 난처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원래도 김미숙의 아들과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예전에 난감한 일까지 겪었는데 이렇게 쉽게 도움을 청해도 되는 걸까.
그런데 하준혁의 눈빛이 너무 진지했다.
곧게 뻗은 눈썹과 단정한 눈매 사이에 분명하게 걱정하는 기색이 숨어 있었다.
손영후가 정해 둔 ‘한 시간’이라는 기한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수민의 눈가가 붉어지고 간신히 눈물을 참아 가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하준혁은 그것을 받아 여수민과 김미숙의 메시지 대화를 한참 훑어보았다.
“참, 법이고 뭐고 눈에 안 보이네요. 여자한테 들이대려고 별짓을 다 했군요.”
하준혁은 무심하게 말했다.
여수민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손영후는 딱 그런 인간이었다. 몇 번이나 계속해서 괴롭히고 기본적인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였다.
“남자친구는요? 왜 옆에 없어요? 이런 위급한 상황에 여자친구 혼자 내버려두는 건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에요?”
여수민은 잠깐 멍해졌다.
휴대폰을 다시 가져와 해명하고 싶었지만, 하준혁은 아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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