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일이 마무리되자 여수민 마음속을 짓누르던 큰 돌덩이가 드디어 사라졌다.
삶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날 여수민은 유난히 일찍 일어났나 근처 아침 시장에 들러 과일을 샀다.
김미숙에게 그림을 배운 지도 어느덧 2년, 그동안 지켜본 바로 김미숙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포도와 망고였다. 그래서 여수민은 가장 비싼 걸로 골랐다.
그녀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과일을 씻고 껍질을 정성스레 벗겼다. 전기밥솥에서 꺼낸 케이크 시트를 한장 한장 잘라 놓고 준비를 시작했다.
케이크 만드는 기술은 모두 케이크 가게에서 몰래 배운 것이다. 여수민은 이해력도 좋고 손도 빨라 만들어내는 케이크마다 정교하고 예뻤다. 도구가 완벽하지 않아도 완성품은 웬만한 가게 케이크 못지않았다.
그녀는 케이크 회전판을 돌리며 크림을 고르게 발라 올렸다. 포도를 한층, 망고를 한 층, 그리고 직접 만든 복숭아 잼도 올렸다. 마지막으로 모양을 잡고 조색해 둔 여러 색 크림으로 케이크 위를 스패출러로 살짝살짝 문지르며 다듬었는데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완성된 케이크를 본 순간, 여수민은 스스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진을 찍어 남민우에게 보냈지만 그는 끝내 답이 없었다.
여수민은 케이크를 포장하고 손질해 둔 과일 한 상자를 들었다. 길에서 눌릴까 걱정돼 택시를 타고 작업실로 갔다.
문 앞에서 경비 아저씨에게 과일을 건네며 손짓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래 지내다 보니 아저씨도 그 손짓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저 몇 번 짐을 옮겨주고 배달을 대신 받아준 것뿐인데 이렇게 과일까지 챙겨주는 소녀가 기특하고 고마워, 아저씨도 기분 좋게 받아 두었다.
여수민은 한껏 들뜬 얼굴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마당에 고급차 두 대가 더 있었다. 그중 한 대는 하준혁의 차였고 빨간색 스포츠카는 처음 보는 차였다. 아마 요즘 김미숙이 개인 전시회를 준비 중이라 지인들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케이크를 들고 전시실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엔 아무도 없었다. 위를 향해 계단을 오르자 대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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