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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여수민은 흥분해서 얼굴까지 붉어졌다.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눈동자는 오롯이 자신의 우상만 따라갔다. 세계적인 화가, 허혜화. 김미숙처럼 연경 미대를 졸업했지만 김미숙이 교육과 제자 양성에 뜻을 둔 스승이라면 허혜화는 작품으로 명성을 쌓은 예술가 그 자체였다. 그녀의 예술적 성취와 명예는 여수민이 다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많았다. 단 하나 확실히 기억하는 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표작 ‘연 날리는 소녀’가 그녀의 작품이라는 거였다. 사진으로 봐도 소녀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지던 그림이었는데 치맛결이 빛에 따라 미묘하게 반짝였고 표정은 바람 속에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여수민도 여러 번 따라 그려봤지만 소녀의 표정도, 그 영롱한 질감도 결국 재현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허혜화의 그림을 회화의 본질과 순수성을 가진 작품이라 부른다. 그런데 김미숙과 허혜화 대가가 친구이자 동기라니! 너무 들떠서 사인이라도 받고 싶은데 지금 분위기에서 그런 부탁을 해도 될지 몰라 그녀는 주저했다. “이리 와.” 김미숙이 그녀 속마음을 꿰뚫은 듯 손짓했다. “허 선생이 이따가 사인해주신대. 조급해하지 마.” 여수민은 민망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자리라곤 김미숙과 하준혁 사이 하나뿐이었다. 여수민은 하준혁을 의식할 틈도 없이 허혜화만 바라보며 자리에 앉으려 했다. 그런데 발목 근처가 ‘툭’ 하고 스쳤고 그녀는 그제야 왼쪽에 하준혁이 앉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 몸을 김미숙 쪽으로 바짝 붙었다. 하준혁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폰을 만지작거리면서도 다리를 느긋하게 벌리고 앉았는데 한쪽 종아리가 살짝 여수민의 다리에 닿아 있었다. 여수민은 그 온기를 느끼고 윗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눈을 들었을 때 허혜화 옆에 앉은 심성은과 눈이 마주쳤다. 잘 정돈된 메이크업 아래 완벽한 미소였지만 예민한 여수민은 그 눈빛 속에 미세한 적의를 읽어냈다. 여수민은 재빨리 시선을 내리고 케이크 박스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미 홍차가 담긴 영국식 찻세트와 과일, 디저트가 놓여 있어 자리는 비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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