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여수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영상통화를 걸었다.
텅 빈 전시장을 울리는 길고 허전한 연결음이 그 누구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또렷하게 알려줄 뿐이었다.
결국 여수민은 실망한 채 전화를 끊고 계단을 올라가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밤이 깊어갈 무렵, 그제야 남민우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배경을 보니 집이었지만 옷차림은 막 밖에서 들어온 사람 같았다.
여수민은 입술을 꼭 다물고 물었다.
[뭐 하고 왔어요?]
남민우는 방문을 잠그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변석이랑 애들하고 농구 좀 했어. 모처럼 다 같이 모였으니까 저녁엔 고기 먹으러 갔고. 그런데 배터리가 나갔어.”
그는 끝내 뒤돌아보지도 않았고 말투도 담담했다.
남민우에겐 몇몇 친한 고등학교 동창들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해성으로 돌아가 일을 하고 있어서 일 년에 몇 번 보지도 못했고 만날 때마다 농구하고 밥 먹는 게 늘 있는 코스였다.
여수민은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보낸 메시지는 봤어요?]
남민우는 윗옷을 벗은 채 책상에 앉았다. 얇게 잡힌 근육과 흐르는 땀, 평소의 반듯한 분위기에 남자의 거친 기운이 살짝 묻어 있었다.
여수민은 시선을 내리깔며 그를 보지 않았다.
남민우가 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부끄러워서? 못 볼 것도 아닌데. 수민아, 축하해. 네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가 네 그림을 알아보고 그걸 천만원이나 주고 사갔다니. 우리 수민이, 이제 작은 부자네?”
여수민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그에게 살짝 눈을 흘겼다.
[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생님이 인정해주시는 게 제일 중요해요.]
남민우는 그것에 공감하며 진심을 담아 칭찬해주었다.
그때였다. 닫힌 방문 너머로 노크 소리가 나더니 송주희의 목소리가 오래된 나무문을 사이에 두고도 선명하게 들렸다.
“집에서 문을 왜 잠가! 민우야, 누구랑 얘기해? 수민이지? 엄마가 한 말, 너 도대체 듣긴 했니?”
남민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어머니의 날 선 말들을 여수민에게 들려주기 민망해 그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영상 마지막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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