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남민우가 연경으로 돌아온 건 며칠 뒤였다.
손에는 이것저것 한가득 들려 있었는데 모두 여수민의 양부 여준평이 챙겨 보내달라 부탁한 먹거리들이었다.
그 시각 여수민은 아직 화실에 있었다. 물건 잘 받았냐는 양부의 메시지에 받았다고 답장을 보내다가 문득 며칠 전 허혜화가 산 그림값이 떠올랐다.
김미숙 작업실을 통해 들어온 돈은 세금을 떼고 이백만 원만 저축해두고 나머지는 모두 여준평에게 송금했다.
여준평이 받지 않자 그녀는 다시 전송하고 바로 차단까지 해버렸다. 그리고 카카오톡으로 한 문장을 남겼다.
[아빠, 수환이 컴퓨터 사고 싶다 했잖아요. 그걸로 사주세요.]
잠시 뒤, 여준평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던 중이었는지 전화를 받자 손을 툭툭 털며 화면을 들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아빠 돈 있다. 이건 네 용돈으로 써. 빨리 차단 풀어. 이놈의 계집애야.”
여수민은 웃으며 답했다.
[받으세요. 저 돈 있어요.]
여준평이 다시 거절하려던 바로 그때 주방 미닫이문이 벌컥 열리며 안희설이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 남편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수민아, 너 알바해서 그림 판 돈 아직 남지? 집에 좀 보내라. 너희 아빠 가게에 일이 생겨서 돈이 급해!”
“당신, 애한테 그런 소리 왜 해!”
여준평이 다급히 막아서자 안희설은 쌓인 불만을 쏟아냈다.
“왜 말을 못 해? 우리가 수민이 키우느라 얼마나 돈 썼는데 집안일 좀 거드는 게 당연한 거지!”
여준평은 얼굴을 굳힌 채 휴대폰을 되찾으며 아내를 밖으로 내보냈다. 화면 속 여수민은 걱정된 얼굴로 무슨 일이냐고 수어로 다그쳐 묻고 있었다.
“별일 아니다. 그냥 위에서 소방 점검이 내려왔는데, 가게에 물건이 많다고 기준에 어긋난대. 벌금 조금 내면 돼. 이 거리도 몇 집이나 걸렸어. 걱정 마라.”
뭔가 중요한 부분을 빼먹은 듯한 말투였다.
여수민은 분명 더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물어도 여준평은 끝까지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급히 요리를 해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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