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여수민은 여기서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경비원 아저씨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는 남민우에게 걸어가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남민우는 속이 쓰렸다. “수민아, 내가 어떻게 해야 날 용서해 줄 수 있어? 말만 해, 내가 뭐든 할게.” 여수민은 고개를 젓고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헤어졌으니까, 이제부턴 앞만 보고 가요. 오빠를 탓하진 않아요. 제 문제예요. 어쩌면 그저 친구 사이의 정상적인 교류일 수도 있는데, 제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어요. 제가 속이 좁고 요구하는 게 너무 많았죠.] 그 말에 남민우는 더 당황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 이 일은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이성과의 교류에서 선을 넘었어. 하지만 날 믿어줘, 난 정말 진서하한테 아무런 생각도 없어. 내가 사랑하는 건 오직 너뿐이야, 수민아. 우리가 몇 년을 사귀었는데, 헤어지자는 말은 쉽게 하지 말자, 응? 최소한 나한테 반성하고 고칠 기회를 줘야지, 너무 쉽게 결정짓지 마!” ‘그건 나한테 불공평하잖아, 정말 불공평해.’ 사실 여수민은 묻고 싶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마음이 흔들리는 걸 깨닫지 못하는 건지. [오빠는 그 여자가 오빠를 좋아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거예요? 부잣집 아가씨인데, 예쁘고 집안도 좋아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여자가 오빠한테 달라붙고, 의지하고, 멀리에서 찾아와 해명을 요구하려 하고, 또 체면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구애할 의향이 있다는 거예요. 오빠는 이 과정이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맞아요?] 여수민은 눈앞이 흐릿해져 남민우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침묵했던 그 몇 초는 잔인한 묵인이었다.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여수민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떠날 준비를 했다. 남민우도 눈물을 닦고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수민아, 그럼 넌?” 남민우는 가슴이 아팠고 곧 입 밖으로 나올 자신의 비이성적인 말 때문에 괴로웠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참아왔다. “너랑 하준혁 씨의 관계는 뭔데? 그 사람도 잘생기고 돈이 많고, 권력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