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하준혁은 답장이 없었다. 일주일 내내 여수민이 무슨 말을 꺼내도 아무 반응이 없었고 화실이나 김미숙의 집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수민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김미숙은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했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하준혁이 뒤에서 그녀의 집안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왜 다시 사라진 걸까?’
여수민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그저 자신을 바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집과의 연락도 줄어 여준평에게서 받은 메시지가 전부였다. 집은 모두 무사하다며 교수님의 도움에 감사하게 여기라고 전해 온 것이었다.
여수민은 마음에 걱정거리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깊이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오늘 그녀는 김미숙의 세부 작업을 도와주고 있었다. 전체 그림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비록 대부분이 아직 색채의 배열에 불과했지만 인물의 형태와 특징이 어렴풋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김미숙은 그림의 구도를 잡는 데 매우 능했고 여수민은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잠시 그림을 그린 뒤 김미숙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수민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여수민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씻은 여수민이 김미숙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마침 하준혁과 마주쳤다. 일주일만이었다.
그는 셔츠 단추를 풀어 헤치며 아래에서 위로 여수민과 김미숙을 힐끔 훑어보았다. 김미숙이 말을 걸려는 순간 하준혁은 그들을 무시한 채 그대로 지나쳐 3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김미숙의 화실은 3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준혁의 침실과 서재였다.
김미숙이 여수민에게 불평했다.
“맨날 시무룩한 얼굴로 꼭 빙산 같아. 언젠가는 누가 이 빙산을 녹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여수민은 수줍게 웃었다.
하준혁은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속은 꽤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신사적이고 예의 바르며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여수민 역시 하준혁의 도움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다.
하준혁이 어떤 보상을 바라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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