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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여수민은 딱히 해명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이래도 안 헤어질 거야?” 자신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을뿐더러 화조차 내지 않는 여수민을 본 하준혁은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참으로 맥이 빠지는 일이었다. “고작 전화 몇 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면 남민우는 저 후배를 퍽 아끼는 모양이야.” 하준혁의 말 대로라면 남민우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흑심을 품었을지도 모르는 이성과 있는 건 안중에도 없는 사람인 격이었다. 여수민은 손바닥을 꾹꾹 눌러가며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았다. 그리고는 휴대폰에 빠르게 무언가를 적어 하준혁에게 보여주었다. [연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신뢰예요. 남자친구가 돌아와 설명한다고 했으니 전 믿고 기다리는 거예요.] 하준혁은 기가 막혀 실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사랑에 눈이 멀긴 했구나. 저 사람이 그렇게 좋아?” [네. 저 사람이 아니면 안 될 만큼 좋아요.] 여수민은 이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면서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준혁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난지 오래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다. “정말 안 헤어지겠다고?” [네. 안 헤어질 거예요.] “그럼 난 어떡할 건데?” 하준혁이 싸늘하게 웃으며 물었다. “나한테는 뭐로 갚을 거야? 이걸로?” 하준혁은 손에 든 케이크를 들어 올렸다가 이번엔 사자 인형을 여수민의 눈앞에서 몇 번 흔들어 보이고는 말을 덧붙였다. “아니면 이걸로?” 여수민은 잠깐 고개를 숙여 생각하고는 책상으로 걸어가 노트에서 종이 한 장을 찢었다. 여수민이 찢은 페이지는 본인이 직접 그린 몽환적인 보랏빛 정원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나중에 남민우와 결혼하면 결혼식장을 이렇게 낭만적으로 꾸미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작 몇 달 사이에 일이 이 지경이 되어버렸다. 여수민은 슬픔을 애써 참으며 이를 악물고 한 자 한 자 정성껏 써 내려갔다. 하준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여수민의 뒤에 다가섰다. 그녀가 한 글자씩 써 내려갈 때마다 하준혁은 점점 더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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