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하준혁은 큰 자비라도 베풀 듯 여수민의 귀에 대고 일련의 숫자를 속삭였다.
“0822.”
비밀번호는 다름 아닌 그의 생일이었다.
여수민은 그가 사자자리인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사자자리 끝자락일지언정 엄청난 소유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고 싶은 심정으로 휴대폰을 뒤져 메모장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하준혁이 다시 허리를 내리누르는 바람에 다시 그의 무릎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준혁은 이미 구겨진 여수민의 티셔츠를 더욱 구겨 놓았다.
간지러움을 많이 타는 여수민은 하준혁의 손길에 계속 옆으로 움츠러들다가 오히려 그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꼴이 되었다. 하준혁은 그런 여수민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예민해서야 되겠어?”
하준혁은 여수민이 연애를 이 년이나 하면서 남자친구와 소파에서 알콩달콩 시간을 보낼 때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예민한 건지 살짝만 건드려도 움찔거렸다.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야릇한 하준혁의 목소리에 여수민은 괜히 소름이 돋아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것도 잠시, 여수민은 하준혁이 기본으로 설정해 둔 천지인 키보드를 쿼티 키보드로 바꾸었다. 그러자 타자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준혁 씨, 저한테 이러면 곤란해요. 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고 준혁 씨도 약혼 상대가 있잖아요. 이러는 건 옳지 않아요!]
하준혁은 약혼 상대라는 글자를 빤히 보더니 잔뜩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건 어디서 들은 소식이야? 당사자인 나도 모르는 건 무슨 경우지?”
여수민은 손가락에 불이 날 정도로 타자를 했다.
[심성은 씨가 말했어요. 어릴 적부터 약혼이 정해져 있었고 양가 어른들이 원해서 심성은 씨가 졸업하면 바로 결혼할 거라고요! 그러니 준혁 씨도 저를 가지고 놀지 말아요. 무엇보다 전 준혁 씨와 이런 위험한 장난을 칠 여력도 없어요. 제겐 남자친구가 있고 저만의 인생 계획이 있거든요. 저는 준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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