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진초연, 너 미쳤어?”
성지영이 비명을 지르며 눈동자에 공포를 가득 담은 채 미친 듯이 몸을 가렸다.
성준수는 눈빛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검게 변했다.
그는 상위 포식자의 태연함을 유지하며 추한 일이 들통난 것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이불을 잡아당겨 은밀한 부위를 가리고 침대에 힘없이 기대었다.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웠다.
“너 또 선을 넘었네.”
그 말을 듣고 진초연은 비웃으며 또 한 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남매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근친상간을 저지르며 침대에서 뒹구는지 똑똑히 보려고. 내 남자 친구가 어떻게 나를 배신하고 소중한 첫 경험을 바쳤는지도.”
‘첫 경험’이라는 세 글자에 성준수의 어두운 표정이 미세하게 일렁였다.
성지영이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뛰어내려 진초연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진초연이 키가 큰 탓에 성지영이 발버둥 치는 모습은 마치 발만 동동 구르는 광대 같았다.
성지영은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진초연, 당장 내게 주지 않으면 준수한테 널 해고하라고 할 거야!”
진초연은 평온하게 성준수를 응시하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그래, 날 해고할 거야?”
그녀는 지쳤다. 권력자의 자리를 위해 참아왔지만 돌아온 건 이런 조롱 섞인 모욕뿐이었다.
비록 다시 3년간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성준수가 입가에 비뚤어진 미소를 머금었다.
“그럴 리가. 초연이는 가장 든든한 비서인데 내가 어떻게 버릴 수 있겠어.”
“오빠!”
성지영이 화가 치밀어 성준수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부드럽게 달랬다.
“그만해, 떼를 쓸 만큼 썼어. 더 이상 제멋대로 굴지 말고 나가.”
성지영은 이를 악물고 분노에 차서 자리를 떠났다.
침대 위의 남자는 여유롭게 담담한 눈빛을 보냈다.
“원하는 건 얼마든지 말해. 영상을 유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진초연의 마음은 무척이나 씁쓸했다. 이런 일을 당했는데도 성준수는 제일 먼저 그녀에게 설명하거나 절망에 빠진 그녀를 위로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상이 유출되어 성지영의 명예를 훼손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진초연은 그의 눈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익을 교환하는 대상에 불과했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꽉 쥐고 소리 없이 웃었다.
가슴 속 억눌린 고통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결국 그 모든 감정은 단 세 글자로 터져 나왔다.
“헤어져.”
성준수는 침묵하며 검은 눈동자로 진초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무기력하게 말했다.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내가 보상해 줄게.”
진초연은 그가 고집스럽게 허락하지 않자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어차피 이미 말했으니 계약이 끝나기만 하면 떠날 수 있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진초연은 성준수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 사람을 보게 되었는데 진유정, 그녀의 여동생이었다.
“언니, 너무 보고 싶어서 가족들에게 숨기고 몰래 왔어. 임무는 잘 진행되고 있어?”
풍성한 공주 드레스를 입은 어린 소녀는 그녀를 보자마자 기쁜 나비처럼 품에 폭 안겼다.
하지만 진초연은 당황했다. 경험을 쌓는 건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됐다.
누군가 진유정을 알아본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아이의 사랑스럽고 말랑한 얼굴을 보자 진초연은 마음이 약해져 부드럽게 당부했다.
“유정아, 이제부터는 몰래 오지 마. 언니 곁은 위험해.”
그런데 진유정의 손을 잡고 돌아서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성지영에게 들키고 말았다.
“얘는 누구야? 진초연, 회사에 외부인을 들이면 안 된다는 거 몰라?”
진초연은 태연하게 진유정을 등 뒤로 숨기며 차갑게 말했다.
“내 동생이야. 잠깐 만나고 곧 갈 거야.”
그 말을 듣고 성지영은 비웃었다.
“가난한 것들!”
그러고는 오만하게 걸어갔다.
진초연은 손에 든 일을 아직 끝내지 못했고 경호원에게 연락할 수도 없어 진유정을 자신의 자리에서 놀게 한 뒤 퇴근하고 직접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녀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온 사이 진유정이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