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화살을 날리려는 순간, 이현익의 눈앞에 갑자기 한 장면이 스쳤다.
혼수 행렬과 경성을 뒤덮은 폭죽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장춘부원군 댁의 서녀와 함께 왕부로 들어가 예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조 집사가 당황한 표정을 한 채 허둥지둥 달려왔다.
“대군! 큰일 났습니다. 서원에 계신 그분이… 자기 몸에 스스로 불을 지르셨습니다. 지금 서원 전체가 불타고 있어요! 불을 끄던 중 이 옥패를 찾았는데 대군께서 어렸을 적에 은인에게 주신 바로 그 옥패입니다. 속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넋을 잃은 듯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붉은 리본을 내던지고는 한걸음에 서원으로 달려갔으나 그곳은 이미 잿더미로 변했다.
서남쪽에 피로 물든 외로운 무덤 하나만이 잿더미 속에서 우뚝 서 있을 뿐이었다.
그가 사람들을 시켜 무덤을 파헤치게 하자,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아들이 모습을 드러났다.
작고 마른 몸뚱이와 가시지 않은 검붉은 핏자국을 보아 편히 죽지 못한 것 같았다.
물론 아이는 죽는 순간까지 그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
찬바람에 꼼짝도 하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며 그는 마치 중요한 무엇인가를 영영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에 사로잡혔다.
그때 조 집사가 옥패를 건네며 말했다.
“대군, 보세요. 이건… 강 낭자의 방에서 찾은 것입니다.”
옥패를 받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어느 날 밤, 지방으로 좌천된 진사 강희천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대전에 난입했다.
“이현익! 이 쳐 죽일 놈아! 당파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경성을 떠난다면 내 누이동생과 조카를 잘 대해주겠다 하지 않았느냐! 내가 사라지기만 하면 그들의 생명을 보장하겠다 하지 않았냐 말이다! 왜! 왜 무고한 그들을 죽인 것이냐! 네놈도 죽어줘야겠다!”
강희천은 비수를 들고 이현익에게 달려들며 죽이려 했지만, 서생인지라 그를 죽일 힘이 없었다.
이현익은 재빨리 강희천의 비수를 빼앗은 뒤, 옥패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그녀였나? 강남에 있었을 때 나를 구한 사람이 그녀냐고 물었다!”
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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