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그저 단순히 그녀의 상처가 걱정되었을 뿐이었지만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서 이현익은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려고 애썼다.
“오늘 낭자를 다치게 한 건 단지 사고이니 내 따로 보상하리다. 하니… 상처가 다 나은 후에 왕부를 떠나시구려.”
강청서는 차갑게 웃었다.
“사고라 하셨습니까? 대군마마, 정말로 그리 생각하십니까? 하긴 이 천한 년의 목숨은 아무 가치가 없으니 죽는다 한들 대군마마는 아쉬운 것이 없겠죠. 이 모두가 힘이 없는 저희의 탓이니까.”
“낭자, 그만 말하시오!”
그녀의 씁쓸한 표정을 바라보며 이현익은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말하지 말라고? 하!’
강청서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조금 전 그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면, 아마 내 천한 목숨은 여기서 끝났겠지. 시끄럽다며 입 다물라 하면서 이놈은 자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큰지를 알기나 할까?’
두 번의 생사를 겪고 나니 강청서는 이현익에 대한 존경, 흠모, 그리고 의지할 마음은 전혀 남아있지 않고 오직 뼛속까지 스며드는 증오만 남아있었다.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자, 옆에서 지켜보던 윤세진은 어쩔 수 없이 중재에 나섰다.
“강 낭자께서 왕부에 머무는 걸 원치 않으시니 대군께서도 강요하지 마시지요. 송구한 마음이 든다면 은전으로 갚으시면 될 터. 그리고 사과는 나중에 정식으로 하면 되지 않습니까? 다만 강 낭자께서…”
그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강청서를 바라보았다.
“제 마차가 부드러우니 댁까지…”
“필요 없습니다.”
이현익이나,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윤세진과 연을 맺고 싶지 않아서 강청서는 그의 말을 끊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것처럼 그녀도 자신만의 길이 있었다.
오라버니의 팔을 부여잡고는 피로 물든 옷깃을 휘날리며 그녀는 천천히 사격장을 벗어났다.
초라하고 씁쓸한 그들의 뒷모습은 사격장 전체를 쥐 죽은 듯이 고요하게 만들었다.
…
사격장 밖에서 기다리던 윤왕부의 세자 윤희준은 이들 남매가 오는 것을 보고는 옆에 있던 시녀를 시켜 강청서를 부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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