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박복선이 떠난 후, 강청서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수십 냥의 은자를 만지며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았다.
비록 태후께서 하사한 거라지만 그녀가 피땀을 흘리며 일한 대가이기도 했다.
‘오늘에는 밥을 하지 말고 주막에 가서 오라버니께 맛있는 음식을 사다 드려야겠다. 은자 출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야지. 오라버니가 박 주인님께 도로 돌려주라고 할 수 있으니. 솔직히 고생해서 얻은 보상이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강청서는 방으로 가서 의원이 남겨둔 약을 꺼내 연고와 붕대를 갈았다.
그런 다음 연두색 면 치마를 입고 백옥 비녀로 긴 머리를 뒤로 묶으니 더욱 청순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눈에 띄는 백옥같은 손목을 보면 부모를 모두 잃은 고아보다는 강남에서 오래 살아온 아가씨 같았다.
강청서는 십여 냥 은자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그때, 검은 마차 한 대가 그녀 앞으로 쏜살같이 지나가자, 그녀는 흘끗 쳐다본 뒤에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 마차를 끄는 말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천리마로, 오직 극히 부귀한 사람만이 이런 말을 소유할 수 있었다.
‘부귀한 사람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야. 그런 사람들과 엮여봤자 좋은 일은 없으니…’
경성에서 가장 큰 주막인 동춘루에 가서 거위구이를 사 오려고 강청서는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거위구이는 새로 추가된 탐라의 요리로, 탐라에서 온 요리사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이 요리는 출시되자마자 장안에서 큰 인기를 얻어서 다른 주막들이 따라 하려 했으나 그 맛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다만 유일한 단점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10냥을 줘야 겨우 반 마리를 살 수 있었으니.
작년 생일에 오라버니가 사준 반 마리를 먹어본 후에 그 맛이 항상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전생과 이생을 합쳐봤자 그 거위구이를 마지막으로 먹어본 지가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과연 내가 기억하는 그 맛일까?’
…
북적이는 인파를 지나 주막에 도착하자, 어려 보이는 그녀를 보던 주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거위 머리 하나를 그녀가 들고 있던 음식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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