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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그녀비운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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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얼굴을 한 대 얻어맞으니, 귀청이 울릴 정도로 아팠다. 왼쪽 얼굴을 감싸며 힘겹게 눈을 떠보니 침대 옆에서 몇 년 젊어진 오라버니가 오른손을 든 채 분노와 실망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청서!!! 네 어찌 이리도 추잡한 것이냐!” 이 장면은 왠지 낯익었다. 전생에 그녀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향시 보러 경성에 온 오라버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그녀는 저잣거리에서 꽃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는데 그날은 비가 와서 늦은 시각에 집으로 가게 되었다. 골목길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술에 취한 사내에 의해 마차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다음 날, 순결을 빼앗긴 그녀를 찾아낸 오라버니는 가문에 먹칠했다면서 그녀의 뺨을 후려갈긴 후 그녀와 연을 끊었다. 그녀의 순결을 빼앗은 사내는 누군가의 계략에 넘어가 흥분제를 먹은 섭정왕 이현익이었다. 이현익은 5천 냥의 은자를 받거나 아니면 왕부에 들어가 시녀로 지낼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지만, 그녀는 후자를 선택했다. 은자를 받는다 한들 순결을 잃고 집도 없으니 이 가혹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왕부에 남으려고 했다. 그러나 잘못된 결정 탓에 죽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경원까지 죽게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5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라버니…” 강청서는 몸이 찢어지는 아픔도 무시한 채 강희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비록 혈육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몸을 건사하지 못한 그녀가 강희천은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전생, 향시에 급제하자마자 강희천은 섭정왕부에 가서 강청서를 첩으로 삼아달라고 이현익에게 간청하려 했으나 왕부의 오만한 시위병들에 의해 대문 앞에서 맞아 죽고 말았다. “우리가 오랫동안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으니, 오라버니도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머리를 깎아 승려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닥쳐라!” 강희천은 아까보다 더욱 분노하며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무슨 연기를 이따위로 하느냐? 조금 전 대군이 물었을 때는 이리 답하지 않았잖아!” ‘뭐지? 이현익이 이미 내게 물었다고? 전생에서는 분명 오라버니에게 욕을 먹은 다음에 이현익이 찾아와서 물었는데.’ “대군마마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강희천은 그녀가 잡은 소매를 뿌리치며 차갑게 웃었다. “높은 자리에 있는 대군이 미쳤다고 네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겠느냐? 오늘 조정에 나가봐야 해서 마차를 타고 선무문을 통해 입궁했다. 강청서, 네가 늘 고결한 체하며 평범한 사내를 무시하는 걸 나도 안다. 내가 글을 읽고 향시를 보는 것이 부모님의 바람을 이루기 위한 것도 있지만 관직에 올라 네게 올바른 인품을 가진 사내를 소개해 주려는 마음도 있는데 너는 어찌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첩보다도 못한 시녀가 되려 하느냐! 좋다! 정 시녀가 되겠다면 이 오라비는 없는 셈 치고 네 뜻대로 하거라. 우리 남매의 연은 여기서 끝이야!” 쫙! 강희천은 옷자락을 찢어 강청서에게 내던지고는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오라버니!” 강청서는 찢어진 옷자락을 움켜쥐며 눈물을 흘렸다. 십수 년 동안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건만 객잔에서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을 전생의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이번 생에 섭정왕부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오라버니의 목숨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아, 맞다. 섭정왕!’ 강청서는 허둥지둥 옷을 걸치고 머리를 간단히 다듬은 후 객잔을 뛰쳐나가서는 주인에게 물었다. “뒤채에 말이 있습니까?” 주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또 물었다. “대군마마는 어느 쪽으로 가셨습니까?” 객잔 밖, 자신이 너무 과했던 것 같아서 반성하던 강희천은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이리도 급하단 말인가?’ 누이동생을 염치없는 사람으로 키워서 그는 죽은 부모님께 면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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